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50대가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여러 명이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 변호사에게 극단적인 물리적 테러를 가하는 것은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다. 판결과 무관한 변호사와 사무직원들의 억울한 죽음도 애통하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사법 불신과 법조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얼마나 극심한지 목격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한국인의 법의식: 법의식조사의 변화와 발전’ 연구보고서를 보면 1991년 17.7%이던 준법 여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2019년에는 73.9%로 높아졌다. 반면 법의 공평성 및 공정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같은 기간 68.2%에서 15.7%로 급락했다. 지난해 다른 조사를 봐도 국민 10명 중 6명(60.7%)은 ‘법은 힘 있는 사람의 편’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준법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법 집행의 공정성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 ‘법은 지키는 사람만 손해’란 인식도 만연한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누구 책임일까? 한국이 경제 발전에 비해 법의식, 준법정신에서 상대적으로 국제사회 순위가 낮은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게 분명하다. 법조인에 대한 극단적인 행위는 과거에도 있었고, 그 수위가 높아지는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여러 이유로 ‘분노 사회’로 치닫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판검사, 변호사로 통칭하는 법조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낮아진 데는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법조인 스스로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오락가락 판결과 양형, 재판 지연,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일부 변호사의 일탈,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반시대적 오만, 사법 농단으로 불리는 정치적 스캔들 등은 비록 일부의 일탈 행위이긴 하겠지만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법은 복잡하게 얽힌 현대사회에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한 약속이다. 모든 것이 법으로만 해결할 순 없겠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주의다. 법은 사람이 만들기에 완벽하지 않으며, 또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완전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법을 다루고 집행하는 법조인의 공정성과 정의감이 중요하고, 그 무엇보다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법조인에 대한 불신을 낮추고 사법 전반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법조인 스스로가 더욱 앞장서야 할 것이다. 조직적인 자성 노력과 동시에 개개인으로도 ‘법조인은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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