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중고차 시장…"수년 내 60조원 신차 넘을 것"

입력 2022-06-23 17:02   수정 2022-06-24 01:33


연 38조원 규모에 이르렀음에도 불신과 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중고자동차 시장이 현대자동차 롯데렌탈 KB금융 등 각 업종 1위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빠지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데다 수익성까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세하고 파편화됐다는 이유로 중고차 시장을 외면하던 소비자들이 새로 유입되면 60조원 수준인 신차 시장 규모도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롯데·KB 등 경쟁 예고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오는 10월 출시를 목표로 소비자 대상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기존엔 계약기간이 끝나 소비자가 반납하는 장기렌터카를 중고차 딜러들에게 도매 형태로 판매했지만 이를 소매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연 5만~6만 대에 달하는 반납 렌터카를 자체 조달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롯데렌탈이 딜러들에게 차를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 중고차 사업 영업이익률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으로 확장하면 추가 마진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대주주인 직영 중고차의 원조 케이카(옛 SK엔카)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케이카는 경기 이천과 여주 등 프리미엄아울렛이 있는 지역에 대형 전시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할부금융이 필수라는 특성상 중고차는 금융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시장이다. KB금융 계열사 KB캐피탈이 운영하는 KB차차차가 대표적이다. 2018년께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KB차차차는 기존 딜러들을 자사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딜러들이 차를 판매하면서 할부금융은 KB캐피탈 상품을 쓰게 하는 전략이다. 차량 16만 대를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KB캐피탈은 중고차 시장 진출 전 15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750억원가량으로 뛰어올랐다.

헤이딜러 등 스타트업들도 중고차 시장의 다크호스다. 헤이딜러는 김혜수 한소희 씨 등 여성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여성 소비자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들도 중고차 시장의 잠재적 강자로 꼽힌다. 내년 5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완성차 1위 현대차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중고차산업의 성장성이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으로 꼽힌다. 영국과 미국, 독일은 중고차 판매 대수가 신차에 비해 각각 4.6배, 2.7배, 2.6배 높은데 한국은 아직 1.5배 수준이다.
수익성·성장성 갖춘 시장 탄생
현대차 롯데 KB금융 등 각 업종 1위 기업들이 뛰어들면 불신의 대명사 격이던 중고차 시장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 38조원 규모임에도 53.6%가 개인 간 거래일 만큼 낙후돼 있다. 딜러들을 믿지 못해 절반 이상이 지인들과 알음알음 거래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것도 신뢰를 입히는 작업이다. KB차차차는 딜러들에게 KB 브랜드 인증을 해주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케이카는 신뢰감 있는 이미지의 방송인 유재석 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소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직영 중고차 사업을 처음 시작한 케이카는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평균 재고일수(매입 후 차량 판매까지 소요 기간)가 2018년 37.2일에서 지난해 32.5일로 줄었다.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 신차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주요 지출 항목에서 신차는 59조원, 중고차는 38조원이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이 투입되면서 중고차 시장의 통합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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