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月 52시간' 내에서 자유롭게…일감 몰린 기업 '숨통'

입력 2022-06-23 17:28   수정 2022-07-01 16:40

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 시간 제한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기로 한 건 경영계가 “지나치게 경직됐다”고 비판해온 주 52시간 근로제를 수술대에 올린 것이다. 고용부는 또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연공서열 위주의 호봉제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고용부는 오는 10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장근로 제한 ‘주 12시간’→‘월 52시간’
고용부는 우선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연장근로 총량 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영계가 그간 요구해온 걸 반영했다. 총량 관리제를 활용하면 주당 12시간의 근로시간 제한이 완화돼 초과 연장 근로가 가능해진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주 단위로 초과근로를 관리하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며 “해외 주요국은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한 한 주에 연장근로 52.1시간을 한꺼번에 몰아 써서 주당 92.1시간(정규 근로시간 주당 40시간+연장근로 52.1시간)을 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이 장관은 “근로자의 건강권을 고려해 근로일 간에 11시간 이상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 건강권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용부는 또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근로자가 초과근무 시간을 저축해두고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편은 특정 기간 집중 근로가 필요한 정보기술(IT) 업종 등 산업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현행 근로시간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젊은 근로자를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간 주권’이 중시되는 현상이 확산한 것도 배경이다.
정년 연장, 직무급제도 추진
정년 연장도 추진된다. 이 장관은 “장년 근로자가 오래 일하기 위해선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연공서열)을 줄여 정년 연장 등 고령자 계속 고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연공성’을 줄이는 방안으로 직무급제 도입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직업별 임금정보·수행직무 등을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직무급제 도입)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자 계속 고용 방안인 임금피크제도 대법원 판례에 맞춰 적극 개편을 검토한다.
노동계 “주 52시간제 무력화” 비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서를 내 “몰아서 길게 일 시키고 임금은 더 줄 수 없다는 의미로, 장시간 저임금 제도를 고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큰 틀에선 공감하지만 정년 연장에 대해선 유보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관계·노조법과 관련한 개혁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법 개정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노사정이 함께 모여 개혁 의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대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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