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를 계기로 우주 발사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 발사대는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 있다. 이곳은 2009년 6월 11일에 완공됐다. 원래는 제주도에 세우려고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차선책으로 택한 곳이 외나로도다.
그런데 왜 처음부터 제주도나 외나로도를 고려했을까. 로켓 발사대는 적도에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좋다. 지구 자전에 의한 원운동 속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자전 속도를 이용하면 로켓의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인구 밀집 지역이나 항공기 운항 경로를 피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만약 로켓이 추락해도 바다에 떨어져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이나 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의 영공을 피해 발사 각도를 조절하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우주기지는 자국 내에서 적도에 가장 가깝고, 인근에 대규모 거주지가 없는 곳을 택한다. 분리된 발사체와 페어링을 안전하게 낙하시킬 수 있도록 바다와 가까이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는 남쪽 플로리다주의 메릿 섬에 있다. 이곳은 미국 본토의 최남단에 가깝고 적도에도 인접해 있다. 일본 우주센터 역시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의 작은 섬 다네가시마에 있다. 프랑스는 적도 근처의 자국령 기아나 섬에 우주 발사대를 설치했다.
우리나라는 외나로도 전체를 ‘우주 발사체 산업 클러스터’로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 모델은 미국 우주산업의 심장인 메릿 섬이다. 우선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토대로 오는 10월쯤 외나로도를 우주 발사체 산업 클러스터로 지정할 전망이다. 2024년까지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우주 발사체·부품 제조 기업과 전후방 연관 기업을 한데 모은 특화 산단(30만6000㎡)을 조성하고, 2031년까지 민간 발사체 연구·개발, 시험 평가 인증 등을 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민간 활용 발사장도 늘린다. 나로우주센터의 대형 발사장 2곳 외에 소형 발사장 3곳을 추가해 총 5개를 갖춘다. 미국 우주센터처럼 민간인이 관람할 수 있는 관광 상품도 곧 선보인다.
우주산업 시장은 반도체산업보다 커질 전망이다. 관련 산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기초과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에게 무한한 꿈을 줄 수 있다. 위대한 과학자나 사상가들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희망의 별빛을 쏘아 올리는 곳이 바로 외나로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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