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치가 부결됐어요. 답답한 마음에 직접 동대표로 나서서 충전기 설치를 건의할 생각입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7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에 사는 박모씨(38)는 이같이 말하며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을 전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입주민이 부담할 충전기 설치 비용은 전혀 없지만, 일부 구축 아파트는 주차난으로 대표회의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좌절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지원으로 사업자들이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대표회의에서 안건이 통과해야 하는데 전기차를 가진 사람이 소수여서 내연기관차를 모는 입주민의 반발로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입주민이 신청해도 이후 대표회의 안건 부결로 설치가 무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대수 대비 주차면이 부족하면 반대가 심한 편”이라고 했다. 시는 지난 2월부터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설치 비용의 50%는 시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충전기 사업자가 지원해 아파트 입주민의 비용 부담은 없다.
시는 2026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22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달 기준 시 소재 전기차 충전기는 2만2100개로 목표 대수의 10%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3월 기준 25만8253대로 4년 전(5만5756대) 대비 다섯 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 1월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기준이 강화됐지만 4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일부 대표회의는 충전기 설치를 최대한 미루는 실정이다. 충전기 의무 설치 비율은 신축 아파트는 주차면 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다. 의무 대상 아파트도 500가구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으로 강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의결돼야 하는 사항이라 관리실과 대표회의 관계자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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