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란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의 가격’인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고, 과열된 경기가 식으면서 물가가 내려간다.
돈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돈을 많이 모을 것인지만 고민하지, 돈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지난 12일 영국에서 출간된 《돈의 가격(The Price Of Money)》은 돈(화폐)을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 덕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을 쓴 롭 딕스는 ‘부동산 괴짜’로 불리는 투자가이자 영국 비즈니스 팟캐스트 인기 순위 5위 안에 드는 프로퍼티허브의 공동 창업자다.
팟캐스트 방송과 4권의 책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개념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해온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일깨운다. 돈을 그저 열심히 모으는 게 능사가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고, 돈의 속성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미래의 불안정한 자산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건 싫어하건 돈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 사람은 돈에 대해 무지하거나 어리석습니다. 돈을 이해하는 것은 금리가 좋은 예금을 선택하거나, 조건이 좋은 모기지론을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무리 금리가 좋은 예금이 있으면 뭐 합니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의 가치가 하락할 텐데요. 아무리 조건이 좋은 모기지론을 받으면 뭐 하나요. 집값이 갑자기 하락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죠?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작은 결정에만 집착하지 마세요. 위험한 벼랑 끝에 집을 짓고 내부 인테리어를 어떻게 멋지게 할지 고민하지 마십시오.”
책은 ‘돈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해 ‘왜 물가는 항상 오르는가?’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가는 왜 늘 빚에 시달리는가?’ 등의 목차로 이어지면서 돈이라는 흥미진진한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화력의 폭탄이 떨어졌던 1971년을 오가며 돈의 세계에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지난 50여 년간 금융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돈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빠르게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돈의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아래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돈에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책은 친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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