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열린 '행운의 언덕'…"명품코스서 명품샷 보니 월차 낸 보람"

입력 2022-06-24 17:43   수정 2022-06-25 20:41


24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라운드가 열린 경기 포천 포천힐스CC.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은 ‘골프계의 패셔니스타’ 유현주(28)가 5번홀(파4) 그린에 오르자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쏟아졌다. 웃음을 거두고 퍼트 자세를 잡은 유현주가 11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날리자, 수많은 갤러리가 한목소리로 “더! 더! 더!”를 외쳤다. 약하게 때린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공은 홀 30㎝ 앞에 멈췄고, 응원소리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첫날, 평일인데도 포천힐스CC에는 2000명이 넘는 갤러리가 찾았다. 서울 전역에서 한 시간 안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경기가 열린 데다 상금순위 톱10 선수와 유현주, 안소현(27) 등 인기 골퍼들이 총출동한 덕분이다.
“연차 내고 친구들과 같이 왔어요”
이날 포천힐스CC를 찾은 갤러리 중에는 20~30대가 많았다. 알록달록한 골프 옷을 차려입고 시원한 음료수와 간식을 보랭백에 챙긴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접이식 의자를 챙겨와 그늘에 자리잡고 선수들의 샷을 감상하는 갤러리도 많았다. 골프입문 3년차인 김경진 씨(33)는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에 골프장에 도착했다. TV로만 보던 프로들의 샷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응원할 수 있어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에 사는 40대 직장인 황모씨는 “올해 처음 갤러리로 대회장을 찾았다”며 “소풍 나온 기분도 들고 코로나19가 끝났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에서 온 직장인 김경욱 씨(41)는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8번홀(파4) 그린 옆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선수들의 퍼트 스트로크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김씨는 “좋아하는 유현주 프로가 오랜만에 정규투어에 진출한다고 해 회사 동료들과 연차를 내고 함께 왔다”며 “프로선수들의 스윙을 직접 보면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아 갤러리를 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의 매력에 빠졌다는 갤러리도 있었다. 서울 마포에서 왔다는 송정은 씨(42)는 “포천힐스CC는 이번에 처음 와봤는데 50분 만에 골프장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며 “직접 걸어 보니 코스가 역동적이어서 흥미롭다. 다음엔 직접 라운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숙한 팬문화 ‘눈길’
‘터줏대감’급 갤러리와 새로 입문한 갤러리들이 섞이면서 경기장 곳곳에서 성숙함과 발랄함이 함께 묻어났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멋진 샷을 선보이면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임희정(22)을 응원하는 머리띠를 두른 갤러리들은 임희정과 같은 조로 경기한 임진희(24)가 버디를 잡아내자 “나이스 버디!”라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홀을 이동할 때는 “선수 먼저 가실게요”라며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회장에 마련된 푸드트럭과 갤러리 이벤트존에도 하루종일 발길이 이어졌다. BC카드가 클럽하우스 오른쪽 주차장에 마련한 ‘퍼트게임’ 현장은 정규대회 못지않은 열기를 뿜어냈다. 골프공 5개로 퍼트를 시도해 성공하는 개수에 따라 드라이버 커버와 볼파우치, 골프공 등의 경품을 받는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하루종일 20명 이상의 긴 줄이 이어졌다. 퍼트 결과에 따라 함성과 탄식이 이어지면서 대회장 분위기를 달궜다.

BC카드는 대회가 열리는 사흘간 갤러리에게 선물하기 위해 모자 500개를 준비했지만 하루 만에 절반 이상이 소진됐다. BC카드 관계자는 “주말에는 훨씬 더 많은 갤러리가 찾을 것으로 예상돼 급하게 추가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김채연/한재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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