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교육부 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대학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첨단분야 학과 정원 등 규제완화에 응답자의 65.9%가 반대했다. 이번 설문은 세미나에 참석한 133명의 총장 가운데 90명이 참여했다.
총장들의 의견은 각 대학이 소재한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수도권 대학 총장은 응답자 28명 가운데 24명(85.7%)이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학과 정원 증원에 찬성했고 14.3%만 반대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56명 가운데 52명(92.9%)이 반대했다. 찬성은 4명(7.1%)에 그쳤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이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인데,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학과 증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비수도권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미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이어서 반발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 규제가 완화될 경우 지역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 했던 학생들마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재정 관련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뜻을 모았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규제(복수응답)로는 44.3%가 재정지원 평가를, 40.5%가 등록금 규제 개선을 꼽았다. 다만 수도권 대학 총장은 등록금 규제 개선(47.9%)이,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대학 재정지원 평가 개선(45.6%)이 더 시급하다고 봤다.
최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0%(47명)가 대학 규모에 따라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별도의 지역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33.3%(29명)로 뒤를 이었다.
정부가 초·중·고교 교육에 사용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이 쓸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 총장들은 재원이 대학 규모(54.0%) 또는 별도의 지역 협의체 구성(33.3%)을 통해 나눠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데, 내국세(내국세 총액의 20.79%)와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세수 증가 영향으로 총 81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학 총장들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입시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60.5%가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22.1%,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15.1%였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고 이수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수능 비중이 커질 경우 이 같은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색해지고 대입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 수능 위주 전형이 모집 인원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20% 이상∼30% 미만이라는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다. 이어 ▲ 10% 미만(17.3%) ▲ 30% 이상∼40% 미만(16.1%) ▲ 10% 이상∼20% 미만(14.8%) 등이었다. 지금보다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총장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70.4%)과 비수도권(60.0%) 대학 총장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학생부교과전형와 수능위주전형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응답자의 14.8%가 수능위주전형을, 11.1%가 학생부교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25.5%가 학생부교과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겠다는 의견은 12.7%로 학생부교과의 절반 정도였다.
한편 교육분야 고위 공직자의 가장 큰 결격 사유로는 자녀의 입시 공정성 논란(38.0%)과 연구윤리 위반(23.0%) 등이 꼽혔고, 성(性) 비위 17.0%, 인사 비리 전력 10.0% 등이 뒤를 이었다. 23∼24일 열린 이번 대학 총장 세미나에는 대교협 회원대학 총장 198명 가운데 133명이 참석했으며 문항별로 81∼90명이 응답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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