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등 신사업은 해외서"…'규제 이민' 떠나는 기업들

입력 2022-06-26 17:59   수정 2022-06-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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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블록체인 등 유망 신사업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낡은 규제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관계사인 네이버 라인은 2020년부터 일본 원격의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라인 닥터’ 서비스를 론칭해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부터 진료비 결제까지 종합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국에선 비대면 의료가 법령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일본 시장부터 진출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됐지만 네이버는 여론 등을 감안해 국내 비대면 의료 시장 진출엔 선을 긋고 있다.

한국 기간통신사인 KT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과 원격의료 서비스 협약을 맺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내 원격의료 시범 서비스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의료 분야 규제와 보험 수가 미적용 때문에 AI 의료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나가는 사례도 매우 많다”며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의료 분야 혁신에 느린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해외로 아예 본사를 옮기는 ‘플립’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제2의 쿠팡’이라고 불리는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는 미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코딩 교육 스타트업 멋쟁이사자처럼은 지난해 말 미국으로 플립했고, 비건화장품 스타트업 멜릭서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전문가들은 유망 스타트업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중요한 이유로 규제 회피와 유리한 투자 유치 환경 등을 꼽고 있다. 창업 초기 정책자금의 지원을 받은 유망 스타트업의 한국 탈출이 인력 유출은 물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등 규제가 덜한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크립토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크립토 회사들은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코인 투자자 입장에선 사기를 당해도 국내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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