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스페인 도착 직후 페이스북에 “3일간의 회담을 통해 경제, 안보를 함께 지키는 포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북핵 공조 협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드리드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이 해외 외교 무대에서 가진 첫 행사다. 호주가 과거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을 결정한 동맹국이고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자원외교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 등이 고려됐다. 호주는 한국·일본·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 국가로 이번 NATO 정상회의에 초청됐다.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도발에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앨버니지 총리는 인권과 노동 등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양국은 중국과 관련된 외교와 통상 문제 등에서 공동 대처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앨버니지 총리에게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협조도 당부했다. 호주는 박람회 유치를 위한 투표권은 없지만 투표권을 가진 남태평양 도서협력포럼(PIF) 11개국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다.
이날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 면담은 순연됐다. 면담 전 잡혔던 옌스 사무총장의 일정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 문제를 두고 NATO와 이들 2개국, 튀르키예(터키)간 협의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하는 갈라 만찬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시작 전 현지의 한 시내 호텔에서 참모들과 한 회의에서 “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안보평화 구상이 NATO의 2022 신전략 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NATO 회원국들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장래 핵심 전략 파트너로 삼고자 한국을 초청했고, 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이곳 마드리드에 왔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NATO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신흥안보 환경 등에 대한 대응 방향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할 예정이다.
○4년9개월 만에 한·미·일 정상회의
윤 대통령은 29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4년9개월 만에 열리는 3국 정상회의다.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한반도 핵심 안보 이슈인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한 ‘삼각 공조’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김 여사도 취재진과 처음으로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NATO 동맹국과 파트너국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서만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자유는 힘에 의해 지켜진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처럼 가치를 같이하는 국가끼리 뜻을 모으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마드리드=좌동욱 기자/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