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의 약 41%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수도 물관리 일원화의 중요한 대상이다. 농업용수는 농업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농 시기별로 사용량의 차이가 크고, 작물에 따라 공급 방식도 달라 타 용도 용수에 비해 공급·관리 여건이 까다롭다. 따라서 농업용수의 특수성을 고려한 통합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농업계 종사자의 참여 확대와 의견 반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9년 8월 대통령 직속의 범협력 협의체인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물을 사용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물관리 정책을 추진하는 민·관 협력기구이자 물관리 기본계획의 최상위 심의·의결 기구다.
그러나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 28명 중 농업계를 대변할 농업계 인사는 농업분야 교수 1명이 전부였다.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농업 현장의 이해와 동의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물 사용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수요자를 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한 것이다.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도 농업계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유역별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유역물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4대강 유역물관리위원 중 유일하게 낙동강 유역물관리위원회만 농업인 단체장 1명을 위원으로 두고 있다.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 114명을 통틀어 농업단체 민간위원이 단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농업분야를 협력의 대상으로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와 한강유역환경청이 실시한 ‘한강유역 물관리에 대한 시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시민은 ‘도·농 지역별 물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하는 구성원으로 ‘물 직접 사용자(도시민 또는 농업인, 43.8%)’를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국민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전체 물 사용량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수 사용자를 주요 이해관계자이자 협력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물 거버넌스 원칙’과 ‘물관리기본법 12대 기본원칙’에서도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참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및 유역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분야의 의견 수렴에만 급급해 농업분야를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농업인을 통합물관리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농업용수의 타 용도 이용, 하굿둑 해수 유통 등 민감한 정책 사안은 농업인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국가 최상위 ‘물 거버넌스’로서 물 분쟁의 조정 및 갈등 중재를 위해 설립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농업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만족하는 성과를 창출해낼 수 없을 것이다. 올해 8월부터 시작되는 2기 ‘국가 및 유역물관리위원회’에는 적정인원의 농업인 민간위원이 반드시 포함돼 농업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가 실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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