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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동화(同化)된 경험이 있나요.
초록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금빛 팔찌와 연못 위에서 피어난 금빛 연꽃들. 은하수처럼 영롱한 푸른 강과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벽돌.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보물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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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니엘은 이런 역사적인 공간에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연꽃을 수놓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전통 건축과 공예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꽃 문양을 자신만의 독특한 구슬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 하나하나에 금박을 입혀 만든 추상적 형태의 ‘황금 연꽃’(2019)은 주변의 연잎, 나무 풍경과 대조되며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오토니엘은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한 줄기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불교의 정신을 작품 속으로 빌려왔습니다. 작은 어리연꽃이 만개해 절정에 이른 여름의 덕수궁, 그사이에 핀 ‘황금 연꽃’을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 자체만으로 치유와 사색의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습니다.
영롱한 ‘황금 목걸이’는 언뜻 아름답게만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수공예 과정에서 생긴 흔적과 흠집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구슬이 한데 꿰어져 완성된 형태의 목걸이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주죠. 그는 아름다움 이면의 불안과 상처·고통이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가지에 거는 행위는 나무에 소원을 비는 인류의 오랜 풍습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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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들어서면 가장 처음 반기는 것은 ‘루브르의 장미’입니다. 2019년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개장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오토니엘은 루브르의 상징 꽃으로 ‘장미’를 선택했습니다. 루브르 소장품 중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대리 결혼식’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품 속에는 인물들의 발밑에 붉은색 장미가 떨어져 있는데, 이는 열정·권력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죽음보다 강력한 사랑과 운명을 의미합니다. 오토니엘은 백금박을 칠한 캔버스에 검정 잉크를 써서 무한한 힘을 가진 장미 ‘루브르’를 만들었죠.
‘푸른 강’의 벽돌색은 인도어로 ‘피로지(Firozi)’라고 부릅니다. 지중해를 품은 듯한 구릿빛 푸른색을 의미하죠. 반짝이는 푸른 벽돌은 이름 그대로 강을 연상시키지만 동시에 현실과 마법 세계를 잇는 은하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푸른 강 위에 떠 있는 14개의 매듭 조각들은 거울 표면에 반사돼 별처럼 빛납니다. 정원과 정원을 지나 오토니엘이 만든 시적인 우주를 여행하다 보면 관람객은 어느새 또 다른 ‘사유의 정원’과 마주하게 됩니다. 작가는 “내 작업물은 직관적이지만, 동시에 신의 계시·명령도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하게 나열된 줄 알았던 벽돌은 이제 구두점과 구절이 되고, 암호화된 메시지가 됩니다. 그 해답을 푸는 것은 오직 관람객 자신이겠죠. 크리스찬디올 뷰티가 공식 후원하는 이 전시는 8월 7일까지 계속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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