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젊은’ 국토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국토부의 조직 문화 연령대를 얘기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기존 업무 시스템을 구축한 40대 이상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조직 문화가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국토부 뿐만 아니라 대다수 조직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주거와 교통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경직된 사고와 관성에 굳어진 업무 방식으로는 혁신적인 국토교통 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습니다. 원 장관이 ‘젊은’ 국토부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원 장관은 청년들의 시각과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국토교통 정책을 수립하는 결정권자의 대다수는 40대 이상입니다. 원 장관은 국토교통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국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기존 조직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젊은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기존 국토교통 정책과 조직 문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도 봤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토부는 이달 20~30대 직원들로 구성된 MZ(밀레니얼+Z세대)보드를 출범시켰습니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원 장관은 이들과 별도의 만남 시간도 가졌답니다.
MZ보드는 소속 부서, 직급, 성별 균형을 고려해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1~3년 된 20~30대 직원 15명으로 구성됐습니다. MZ보드는 정해진 규칙 없이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운영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활동 계획도 자체적으로 수립하기로 했고요.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수평적 호칭인 ‘님’을 사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MZ보드는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방문을 진행하면서 정책 개선 사항 발굴, 신규 정책 제안, 조직문화 혁신 활동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원 장관은 MZ보드 구성원과 첫 만남 자리에서 “젊은 직원들과 소통을 통한 내부로부터 혁신이 중요하다”며 “활동에 필요한 사항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원 장관은 올 5월 취임 후 청년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현장을 찾아 청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의 주거 복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잇따라 면담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랍니다.
이와 관련 MZ보드 구성원들은 원 장관에게 퇴근 후 업무 연락 최소화, 도전할 권리와 실패할 권리 보장 등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고 합니다. 또 층간 소음과 불투명한 관리비 개선 등 정책 과제를 언급하기도 했다네요.
원 장관은 국토부 외부에 있는 청년들의 의견을 더 폭 넓게 수렴하기 위해 현재 청년 자문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청년 자문단은 1년간 활동하면서 국토부의 다양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답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내외부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으면 아무래도 기존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 친화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수장이 직접 앞장서서 청년 관련 소통 창구를 챙기다 보니 국토부 전반적으로 청년 관련 정책 추진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답니다. 청년들과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원 장관이 올 하반기에 선보이게 될 ‘젊은’ 국토교통 정책을 기대해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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