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 결정에도 지방 아파트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금리 인상, 세금 부담, 공급 과잉 등이 겹쳐 규제 완화에도 좀체 활로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구·대전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속도가 가파른 지역의 현장에선 “규제 완화가 하락세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규제지역 해제를 기대했던 세종·부산에선 “거래 절벽이 심각한데 정부가 현실을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의 거래절벽 심화는 ‘공급 폭탄’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는 올 하반기에만 1만1749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3만5619가구, 2024년에는 2만1299가구가 입주 물량으로 풀린다.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물량 폭탄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지난해 6월 대구 인구는 239만7647명으로 처음 2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다 보니 분양가보다 싸게 전매하는 속칭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도 생겨나고 있다. 중개업소에는 최초 분양가보다 5000만~7000만원 더 저렴한 분양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 지부장은 “인구 유출도 심각한 상황인데다 묻지마식 청약으로 분양을 받아놓고 잔금을 못 치르는 가구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됐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유지됐다. 수성구 범어동 B공인 관계자는 “조정지역에서 적용되는 대출규제 때문에 거래가 안 된다”며 “학군 때문에 와야 하는 수요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규제 해제를 기대했던 세종은 인접한 대전과 비교하며 ‘지역 차별론’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세종시 D공인 관계자는 “일부 지역이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는 이유로 해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부동산 시장 한파는 대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호 공인중개사회 세종 지부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트리플 규제(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를 받고 있어 이번에 규제 완화에 희망을 걸었지만 실망이 크다”며 “대부분 공인중개업소가 한 달에 한 건 거래 성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규제 해제를 받지 못한 부산에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부산 사하구 E공인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부산시와 국토부에 건의하는 탄원서도 냈다”며 “부산이 거래 건수가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 1억~2억원대 소형 빌라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지역이든 정부 조치에 불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규제가 해제된 곳은 대부분 미분양이 쌓인 지역으로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며 “정부는 ‘질서 있는 정상화’를 추구하겠지만 규제 해제가 안 된 지역들은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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