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503531.4.jpg)
지난달 30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전일보다 33.45포인트(0.88%) 떨어진 3785.38에 장을 마쳤다. 올 상반기 20.6% 떨어져 1970년(-21.0%) 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12.8%)과 닷컴 버블이 터진 2002년(-13.8%)보다 성적이 나빴다. 업종별로는 유가 상승의 수혜를 본 에너지주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올초 최고점을 찍은 뉴욕증시는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하락세를 탔다. 국제 유가와 밀 등 식량 가격이 상승하자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5%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CPI 상승률은 8.6%로 더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가 심화됐다. Fed는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금리’ 시대를 끝냈고,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유동성 축소에 나섰다.
이 여파로 상반기 다우존스지수는 15.3%, 나스닥지수는 29.5%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분기에만 22.4% 떨어져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가가 크게 내렸다. 넷플릭스는 상반기 주가가 71% 하락했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52%, 아마존은 36% 떨어졌다. 애플과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하락률도 각각 23%와 25%였다. 대형·중소형주를 포괄하는 S&P1500종합지수를 기준으로 추산한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올 들어서만 9조달러(약 1경1600조원)가 증발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시장도 부진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올초 연 1.63%에서 지난달 말 기준 연 3.01%까지 뛰어올랐다. 상반기에만 가격이 10% 하락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이 같은 채권 가격 하락은 1788년 이후 처음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경기 침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수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한 차례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의 적신호는 이미 켜졌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0%를 기록했을 것으로 집계했다.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로 간주된다. 모건스탠리도 2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2%에서 0.3%로 낮췄다.
도이체방크가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내년이 지나기 전 미국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월에는 31%, 지난달에는 78%였던 응답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기가 내년 이후 침체될 것으로 본 응답자는 2월 59%에서 이달 8%로 줄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기고문을 통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부채 위기까지 더한 복합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빠른 속도의 긴축은 ‘좀비’ 가계 및 기업, 정부를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몰고 갈 수도 있다”며 “통상 경기 침체가 오면 증시가 약 35% 하락하는데 이번에는 5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