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중순 이후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헤지를 하고 있다. 규모는 현재까지 1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2020년 2~5월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수준으로 치솟을 때 이후로는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할 때 환오픈 전략을 쓰고 있다. 규정상 해외자산 규모의 5% 범위에서 전술적으로 환헤지를 할 수 있지만, 환헤지 비용 부담이 크고 대규모 선물환 계약을 맺어줄 상대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2년 만에 환헤지를 단행한 것은 현재의 환율 수준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3일 1300원을 넘는 등 올 들어 줄곧 상승세를 탔다.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3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떨어진 것도 국민연금 환헤지 소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수익률 증대를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한 이후 매년 200억~300억달러 이상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295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7년까지 기금의 해외 주식 비중을 현재 28%에서 40.3%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지난 5월 결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환율 상승 관련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도 국민연금의 환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5월 금통위에서 “근래에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 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내놓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회의에서도 일부 위원은 “국민연금은 국내 거시경제 안정에 이바지해야 하고,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도 유의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원10전 내린 1297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도병욱/차준호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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