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석유·가스 기업에 한시적으로 25%의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선 에너지요금 폭등으로 올해 1200만 가구가 소득의 10% 이상을 기름값과 전기료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1년 동안 횡재세를 통해 조달할 50억파운드(약 7조9000억원)는 전 국민의 에너지요금을 깎아주는 데 쓴다. 미국 의회에선 이익률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21%의 세금을 더 부과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연설에서 “엑슨모빌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정유회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 4대 정유사가 올 1분기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총 4조7668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국제 유가가 뛰기 전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며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치로 오른 결과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다시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다.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게 정제마진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익을 낸 만큼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초과이익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게 횡재세의 논리다. 업계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냈다. 그때 손실을 보전해준 것도 아니면서 이익이 반짝 늘었다고 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게 논리에 맞느냐는 것이다. 횡재세를 내게 된 업체들이 투자와 생산을 줄이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시설을 줄이지 않고 제품값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견딘 기업에 가격이 상승할 때 이익을 몰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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