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이익 너무 많이 낸 죄?…英 석유회사에 '세금폭탄'

입력 2022-07-04 10:00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석유·가스 기업에 한시적으로 25%의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선 에너지요금 폭등으로 올해 1200만 가구가 소득의 10% 이상을 기름값과 전기료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1년 동안 횡재세를 통해 조달할 50억파운드(약 7조9000억원)는 전 국민의 에너지요금을 깎아주는 데 쓴다. 미국 의회에선 이익률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21%의 세금을 더 부과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연설에서 “엑슨모빌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정유회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호황 누리는 정유사, 고통 분담하라는 정치권
횡재세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 등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이윤세’를 뜻한다. 기름값 고공행진 속에 초호황을 맞은 정유사들이 집중 타깃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는 얘기가 나와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4대 정유사가 올 1분기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총 4조7668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국제 유가가 뛰기 전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며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치로 오른 결과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다시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다.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게 정제마진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익을 낸 만큼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초과이익 일부를 환원해야 한다는 게 횡재세의 논리다. 업계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냈다. 그때 손실을 보전해준 것도 아니면서 이익이 반짝 늘었다고 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게 논리에 맞느냐는 것이다. 횡재세를 내게 된 업체들이 투자와 생산을 줄이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시설을 줄이지 않고 제품값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견딘 기업에 가격이 상승할 때 이익을 몰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조세 형평성 어긋나 … 투자·생산 위축”
찬반 논란이 팽팽한 상황이지만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횡재세 도입에 시동을 거는 국가는 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에너지 외에도 보험, 항공, 유통, 통신, 제약 등의 업종에서 총 8000억포린트(약 2조8000억원)를 걷는 횡재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이익 증가액이 500만유로(약 68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에 세금을 10% 추가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예상치 못한 이익’을 거둔 대기업에 15%의 한시적 특별세를 물리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급등한 에너지와 식료품 관련 업체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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