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 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금융 업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보험업종만은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업, 증권지수는 각각 19.03%, 23.61% 하락했다. 반면 보험지수는 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2.58% 하락하는 상황에서 보험업종은 크게 선방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연말까지 대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금융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너무 빠른 금리 인상 속도에 오히려 자산 건전성,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부각되자 은행주와 보험주의 희비가 갈렸다.
보험주는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내기 때문에 전통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보험사는 금리가 오르면 자산보다 부채가 더욱 크게 감소해 부채 부담 완화 효과가 크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업종 내에서는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하에서 다른 금융업종과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인 보험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업종은 금리 상승이 투자 부문에 긍정적이고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상대적으로 실적 영향이 가장 적을 전망이다. 내년부터 신지급여력제도(K-ICS) 및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적용됨에 따라 회계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는 점도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보험사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및 기업가치 하락에서 다른 금융 업종 에 비해 충격이 덜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특약할인 조정 등을 통해 원가 상승에 간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에 기반한 금리 상승이 보험사 펀더멘털 개선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들어서면 보험 상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보험을 가입을 멀리하게 되고 이는 곧 보험사의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보다 기대감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부담 경감과 마진 개선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문가들은 보험업종 추천주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을 제시했다. 대형 손해보험사는 경기 둔화에 대한 단기 손익 영향이 중립적이고 오히려 2023년 회계기준 전환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변액보증손익 변동성 확대에 따른 이익 둔화 우려가 밸류에이션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분한 자본손실흡수능력(Buffer)을 확보한 삼성생명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오히려 시장 장악력의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기업에 초점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업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지나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차별화된 펀더멘털 개선 및 주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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