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이 장악한 웹바다, 네이버 '웨일'이 살아남는 법

입력 2022-07-04 17:19   수정 2022-07-05 02:27

대부분 나라에서 웹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 사파리, 에지 ‘3대장’의 독과점 체제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톱 3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라우저들이다. 국내 시장은 양상이 복잡하다. 토종 브라우저인 네이버 ‘웨일’이 있어서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웨일은 국내 PC·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MS의 에지보다도 점유율이 높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웨일은 출범할 때부터 두 가지 원칙을 표방했다. ‘모든 사용자 환경(UX)은 이용자의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한다’가 첫 번째다. 이를 위해 기성 브라우저엔 없는 편의 기능을 대거 들였다. 브라우저 공간을 여럿으로 나누고, 이를 서로 연동해서 한 화면에서 정보를 아울러 볼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화면을 두 개로 나눈 ‘듀얼 탭’ 기능을 쓰면 브라우저 한쪽에서는 글을 작성하고, 한쪽에선 관련 정보를 검색하거나 영상을 틀어둘 수 있다. 브라우저 한쪽을 목차(인덱스)로 활용하고 다른 한쪽을 정보 열람용으로 쓸 수도 있다. 브라우저의 탭을 여럿 열어둔 뒤 이용자가 탭을 하나씩 클릭해 작업창을 왔다 갔다 하는 번거로움을 대폭 줄였다.

브라우저 가장자리에 각종 편의 기능을 모아둔 ‘사이드바’도 특징이다. 인공지능(AI) 번역, 날씨 정보, 사전 등 자주 쓰는 기능이나 웹사이트를 설정해 두면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고도 정보를 곧바로 열람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은 두 번째 원칙인 ‘소비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다’에 기반해 도입한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커뮤니티 ‘웨일연구소’가 의견 수렴 창구다. 약 6만 명이 활동하는 웨일연구소엔 오류 제보부터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 제안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이를 통해 추가한 ‘한글 뷰어’는 학부모 등 공공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 기능이 됐다. hwp 확장자를 쓰는 한글 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브라우저에서 바로 볼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지역성을 곧바로 반영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의 이점도 살렸다. 네이버의 데이터를 활용해 로컬(지역) 악성 사이트, 피싱 코드 등 보안 위협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지난달 15일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서비스를 중단하자 IE 호환 모드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아직 IE 기반으로만 작동하는 공공서비스 웹사이트가 있어서다.

네이버는 웨일 브라우저를 해외에도 내보낼 계획이다. 글로벌 버전을 만들어 내부 테스트 중이다. 김효 네이버 웨일부문 책임리더는 “이미 일부 국가에선 웨일의 편의성을 높게 본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언어 코드만 수정해 만든 웨일 스페인어·러시아 버전 등이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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