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소득보장 실험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5년 정책 검증을 거쳐 안심소득이 새로운 복지시스템으로 도입될 경우 필요한 재원 조달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에 선정된 500가구는 3년간 일정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받게 된다. 그다음 2년은 시가 민간 연구소들과 함께 정책 효과 검증 등을 위한 조사를 한다. 안심소득은 서울시민(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3억2600만원 미만)을 대상으로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한다. 소득이 없는 1인 가구는 최대 월 82만6550원을 지원받는다.
다만 안심소득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기존에 받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는 받을 수 없다. 기초연금·청년수당·청년월세 등도 해당 금액만큼 안심소득에서 차감된다. 올해 시범사업 예산은 35억원으로 5년간 총 22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0여 년간 운영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사각지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안심소득은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고 소득과 재산을 각각 별도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지원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선 재산이 소득으로 환산돼 일정 재산을 보유한 시민은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수급 대상 소득 기준도 중위소득 85% 이하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30% 이하)와 주거급여(46% 이하)보다 폭넓다. 시에 따르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50% 이하인 서울시 저소득 가구는 88만 명으로 전체 저소득 가구(121만 명)의 72.8%를 차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소득과 비교해 선별 복지인 안심소득이 정책 지속성 측면에서 더 현실성이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책 조율과 협력이 정책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5년간의 정책 실험·검증 이후 공식 복지정책으로 채택할지 결정하게 된다. 서울시에 한정해 도입할 경우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협력 및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역시 재원 조달이다. 시는 서울에 안심소득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연간 9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존 복지제도를 통폐합할 경우 상당 부분의 예산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소득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기본소득 실험에 들어갔다. 미국도 로스앤젤레스(LA) 등 60여 개 도시에서 비슷한 소득실험이 진행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점인 빈부 격차의 대물림과 양극화 심화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라며 “소외되는 사람 없이 서울시민 모두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안심소득을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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