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오하이오주에 사는 10세 소녀가 성폭행 피해로 원치 않은 임신을 했는데도 수술을 못 하는 상황에 빠졌다. 결국 해당 소녀는 4시간 거리의 인디애나주로 후송돼 '원정 낙태'를 할 수밖에 없었다.
3일(현지 시각) CNN,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미 인디애나주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의 산부인과 의사인 케이틀린 버나드는 오하이오주의 동료 의사에게 낙태 수술을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의 해당 의사는 성폭행으로 임신한 10살 소녀 환자의 낙태 수술을 준비하는 도중 대법원의 판결로 수술을 진행할 수 없게 됐고, 수술이 가능한 인디애나주로 소녀를 보내기를 희망했다. 당시 10세 소녀는 임신 6주 3일 차였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금지하는 엄격한 법을 채택했던 오하이오주는 대법원판결 이후 즉시 낙태 금지를 선언했다. 이에 소녀는 급히 인디애나주로 옮겨져 수술을 받게 됐다. 구글 맵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에서 인디애나주까지의 이동 거리는 최소 365km로, 자동차로는 4시간 소요된다.
이에 대해 조시 스타인 노스캐롤라인법무장관은 “오하이오주는 10살 강간 피해자가 임신 6주 3일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거부했다.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10세 소녀의 성폭행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나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는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사우스다코타주는 근친상간이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도 낙태 허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엠 주지사는 성폭행 피해 10세 소녀의 낙태 관련 질문에 “이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내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무엇인지 아느냐”라고 반문한 뒤 “아무도 10세 소녀를 강간한 끔찍하고 정신 나간 사람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10세 소녀의 낙태 문제보다 소녀를 강간한 강간범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을 규탄하며 “일부 극단 성향의 주지사들은 낙태 시술을 위해 다른 주로 가려는 여성을 체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연방정부는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성들이 낙태를 금지하는 주에서 벗어나 다른 주로 이동해 이른바 ‘원정 낙태’를 받으려고 할 때 법적 처벌을 받지 않도록 연방정부가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주는 원정 낙태를 막는 입법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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