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업분석]기업가치 1조 내세운 루닛, 수요예측 흥행할까

입력 2022-07-07 08:32   수정 2022-07-07 14:34

이 기사는 07월 07일 08: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암진단 솔루션 개발사 루닛이 오는 7~8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국제 AI 대회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을 제치며 화제가 됐던 기업이다. 이 회사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최대 6400억원으로 제시했다.

증시 입성에 성공한다면 국내 의료기기 기업 중 대장주가 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바이오를 비롯한 헬스케어 업종의 주가가 급락한데다 공모주 투자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의료 AI 기업이 5000억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 창업한 9년 차 스타트업
2013년 설립된 루닛은 국내 최초의 딥러닝 의료 AI 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박사인 백승욱 루닛 의장을 비롯해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들이 공동 창업했다. 이 회사는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질병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와 항암제 치료 효과 예측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가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루닛 인사이트의 제품군은 흉부 엑스레이에서 이상 소견을 검출하는 CXR과 유방 촬영술 영상에서 유방암 의심 부위를 검출하는 MMG 두 가지로 나뉜다. CXR은 흉부 X-레이 영상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비정상 소견을 97~99% 정확도로 검출할 수 있다. 기흉, 무기폐, 석회, 심장비대, 폐 섬유화, 결절, 흉수, 경화, 기복종 등이다.

이 솔루션은 CT 검사로 확진된 케이스 등 350만건을 학습했다. 그 결과 병변의 존재 가능성과 위치를 판독하고 시각적 특징이 뚜렷하지 않아 전문의가 놓치기 쉬운 조기에 암 병변을 짚어낸다. 정확도뿐만 아니라 영상 판독 시간도 단축했다. 병변이 의심되는 영역은 히트맵과 윤곽선으로 표시하고 병변 존재 가능성을 확률값으로 계산해 분석 결과를 리포트로 제공한다. 비정상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판독하기 때문에 정상 케이스 판독 시간을 65%, 비정상 케이스는 25% 단축할 수 있다.

이 제품은 2018년 흉부 엑스레이 분석 인공지능 의료기기 중 최초로 한국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다. 2021년 11월에는 흉부 응급질환에 특화된 'CXR 트리아지'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았고 현재 전 세계 2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는 의료영상 촬영 장비에 탑재하거나 의료영상전송시스템(PACS)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탑재 방식은 촬영 장비 1대당 고정 금액을 과금한다. 연동 방식은 의료영상 분석량에 비례해 1장당 고정 금액을 부과하고 월 또는 분기 단위로 정기 구독료를 청구한다. 사업 모델의 특성상 회사 측은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완전 자본잠식상태, 재무 건전성 빨간불
주력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의 판매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회사는 적자 상태다. 지난해 매출은 6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제품군별 매출을 살펴보면 '루닛 인사이트 CXR'이 전년도 대비 3배 증가한 3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루닛 인사이트 MMG'가 8억원, 연구용으로 판매 중인 '루닛 스코프'가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런데도 연구개발비용과 판매관리비가 급증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57억원, 당기순손실은 73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도 2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지난해 11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720억원을 조달했는데, 전환우선주 투자분이 부채로 인식되면서 평가 손실이 커졌다. 회사 측은 상장으로 공모 자금을 조달해 자금난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공모 규모는 534억~595억원이다. 이중 임상 인허가 비용에 265억원, 데이터 비용 180억원, 신규 채용과 급여 등에 8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루닛은 올해 매출이 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루닛 인사이트가 올해 130억원, 루닛 스코프가 77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영업손실은 475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흑자 전환은 2024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진단검사 전문기업인 가던트헬스와 글로벌 유통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암 정밀 분석법인 액체 생검 분야의 선두 주자인 가던트헬스케어는 루닛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으면서 반환조건 없는 계약금 약 56억원(500만달러)을 지불했다. 추가적인 제품 개발이 진행될 경우 루닛은 제품당 약 22억원(200만달러), 최대 66억원(60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다.
기업가치 1조300억원... 고평가 논란도
일각에서는 루닛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내는 비교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점에서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루닛의 비교기업으로 셀바스에이아이, 비트컴퓨터, 트윔 3곳을 선정했다. 루닛과 가장 비슷한 의료 AI 기업인 뷰노와 제이엘케이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최종 비교기업군에서 제외됐다.지난해 상장한 뷰노는 골 연령, 안저질환, 흉부 엑스레이 등 의료영상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시가총액은 898억원에 형성돼있다. 상장 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2300억원이었으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제이엘케이는 뇌 MR 영상 기반 뇌경색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흉부, 전립선 등 방사선 영상의 정량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700억원대다. 최근 국내 의료 AI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비교기업 중 PER이 46.53배로 가장 높은 트윔은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의료 분야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비교기업군에 포함됐다.

루닛은 비교기업 3곳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4.82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1조3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2025년 당기순익을 583억원으로 추정하고 여기에 연 할인율 20%를 적용했다. 공모가는 주당 평가액 7만9178원에 38.11~44.43%를 할인해 도출했다.

상장 후 유통 물량도 많다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 예정인 보통주식수 1050만7767주 중 약 49.2%(우선주 포함 42.57%)에 해당하는 517만여주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다. 공모가 기준 2300억~2500억원 규모다. 자발적으로 의무 보유를 확약한 보통주 52만1032주를 매각 제한물량에 포함할 경우,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464만8989주다. 보통주 기준 44.2%, 우선주 포함 시 38.28%로 소폭 줄어든다. 상장일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져나온다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가 희석 위험도 있다. 루닛의 미행사 주식매수선택권은 806만943주로 상장 예정 보통주식수 기준 7.68%에 달한다. 우선주 전환 시 지분율은 6.64%로 적지 않은 물량이다. 이 중 행사 기간이 도래해 행사 가능한 주식매수선택권은 44만5315주로 4%가량이다. 상장 후 주식매수선택권이 행사될 경우 상장 주식 수가 증가해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상장 한 달 후 의무보유기간이 끝난 벤처투자기관의 물량 202만주(16.67%)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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