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자산 성장이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1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출 자산 확대 기회가 커진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카드론 증대에 나서는 것은 물론, 오토론 등 신규 수익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갔다. 자산이 성장하는 과정과 반대로 매출 대비 판매및관리비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응해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측면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비대면 영업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달 비용 개선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카드사들의 조달 환경 개선 및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 추세와 달리 최근 들어선 오히려 카드사들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대변되는 업황 악화 가능성에 기인한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조달 금리는 시장 금리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카드사들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이 반영된 탓이다. 물론 카드사들의 전체 자금 조달 중 3년 만기 채권의 비중이 높은 만큼 평균 조달 비용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따른 매크로 변화와 더불어 카드사들의 실적 영향 또한 크게 나타날 여지가 크다.
특히 카드사들이 조달금리 상승을 운용 수익률에 전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은 일정 기간 고정돼 있고 대출 금리는 대출금리 상한 규제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금리 상승 구간에서 여신전문기업들의 이자 마진은 오히려 축소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는 은행들의 경우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아 조달금리 상승이 곧바로 대출금리로 전가되는 것과도 대비된다.
또 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는 국면에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률은 1금융권인 은행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의 대출 고객 신용도가 1금융권에 비해 낮은 만큼 경기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담보 혹은 보증 설정을 통해 은행의 최종적인 손실을 낮출 수 있는 반면, 카드사 대출은 신용대출 비중이 통상적으로 더 높은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카드사의 연체율과 대손비용률은 경기 변동에 따라 은행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이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 도래할 경우, 카드사들의 업황은 1금융권보다도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 사별 여건에 따라 ‘옥석 가리기’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여기서 최대 차별화 요인은 자본력으로 판단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자본을 보유한 카드사일수록, 자산건전성 훼손을 감내할 여력이 크고 이로 인해 조달 비용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시장점유율 격차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장기적 관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오히려 시장 장악력의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카드사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확충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카드사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지나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차별화된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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