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이사 수요가 크게 줄면서 이사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와중에 경유값, 자재비, 인건비 등은 모두 오른 데다 출혈경쟁까지 심해지면서 이사업체들의 경영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경직된 부동산 시장과 자영업자들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최악의 ‘불황’을 맞이한 이사업체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이동자 수는 52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 감소했다. 10년간 5월 이동자 수 가운데 최저치다.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5월 주택 매매 거래량도 6만3200건으로 전년 동월(9만7524건) 대비 35.2% 감소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매수자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불똥이 가장 먼저 튄 쪽이 이사업계다. 서울에서 포장이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가 지난달 이사를 맡은 게 약 50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씨는 “가정 이사가 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하는데 그게 반토막도 더 나버리니 업체 운영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건수가 줄어들다 보니 업체들의 할인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5t 화물 차량 하나를 사용하는 이사 한 건당 받는 금액이 기존 120만원 수준에서 70만~80만원까지 뚝 떨어졌다.
이사업체가 받는 가격은 낮아진 반면 지출하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5t 화물차 한 대 운영에 소요되는 한 달 경유값은 지난해 약 50만원에서 올해 70만~80만원으로 치솟았다. 경유값이 1년 새 1600원대에서 2100원대로 30%가량 상승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다리차는 이사할 때 8시간은 기본적으로 사용한다”며 “이에 필요한 경유 비용만 한 달에 170만원으로 전년보다 70만원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다. 속지, 에어캡 등 이사에 필요한 자재가 1년 새 평균 15% 상승한 데 이어 인건비도 시급 2만원에서 2만5000원 정도로 올랐다. 서울 양천구에서 5t 화물차 5대를 운영하는 이사업체 대표 김모씨는 “비용 부담과 수입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양천구에 있는 중형급 이사업체 8개 중 4개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이사업체의 경영난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유비, 자재비 등은 여전히 높은데, 정부의 긴축정책 기조 속에 사람들은 여전히 이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무리 대출을 많이 해주려 해도,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소득의 20배 넘는 집값을 부담하긴 힘들다”며 “‘거래절벽’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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