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내로남불…韓총리에 핏대 세운 '낙하산' 홍장표

입력 2022-07-06 17:43   수정 2022-07-07 01:10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사진)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 종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의를 나타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 원장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KDI 안팎에서는 홍 원장이 사퇴를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주변 인사들에게 사퇴 의사를 굳혔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장은 입장문의 대부분을 한 총리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한 총리는 지난달 28일 “KDI에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전 정부에서 임명된 국책연구원장들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원장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한 총리의 발언은 연구의 중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법률 취지를 훼손하는 부적절한 말씀이었다”고 비판했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실망했다”는 표현도 썼다. 그는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혹평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은 현재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 미흡하다”며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표방했다가 정책 기조를 바꾼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가에서는 홍 원장이 부당하게 물러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스로를 ‘정권의 피해자’로 만들어 야권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를 ‘부당한 정부’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이었던 홍 원장이 반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립적인 인사가 아닌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가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KDI 원장을 맡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홍 원장의 사퇴 의사 표명을 계기로 정해구 이사장,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다른 인사들도 거취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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