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징계 위를 앞두고 설전을 펼쳤다. 이 위원장이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기획 윤리위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이 대표는 "선거 승리에도 바로 공격당하고 면전에서 무시당했다"라고 받아쳤다.
이 위원장은 7일 윤리위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요즘 너무 터무니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윤핵관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다,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다 등 이런 발언들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 절차의 배후로 윤핵관을 지목하며 연일 비판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헌정사상 처음 30대 젊은 청년이 정당 대표로 선출됐다"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이 대표의 역할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윤리위 징계에 앞서 경찰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당원들이 마땅히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윤리위원회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리위원님들은 어떤 정치적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이라며 "우리와 똑같은 방향으로 현 사안을 모두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소명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드디어 세 달여 만에 이렇게 윤리위에서 소명의 기회를 갖게 된다"며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 윤리위의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에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렵겠지만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 온 건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한 언론사에서 이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음성 파일을 입수했다는 보도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에 목이 상해서 정말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몸이 부어서 여기저기서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 가면서 선거를 뛰었던 그 시기 동안에도 정말 누군가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 외에 다른 거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고 토로했다.
선거 승리에도 외면받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이 대표는 "대선 승리 후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했고 대접받지 못했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도 바로 공격당하고 면전에서 무시당하고 뒤에서는 한없이 까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설움이 아까 보도를 보고 북 받고 있다"며 "준비한 소명을 다 할 수 있을지, 마음이나 들지, 혹시나 감정이 북 받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리위는 이날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가지다. 제명과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당대표직을 이어 나가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경고 조치를 받더라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