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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는 실제 인물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블로 네루다가 등장한다. 소설 속 네루다의 삶은 실제와 큰 줄기에서 일치한다. 상원의원을 지낸 네루다는 칠레 공산당에 입당해 1969년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가 살바도르 아옌데를 민중연합의 단일 후보로 세우면서 사퇴했다. 1970년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네루다는 주프랑스 대사로 부임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쿠데타가 발발한 1973년 네루다는 지병으로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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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보다 36년 늦은 1940년 태어났다. 존경하고 동경하는 시인을 기리고 싶은 마음에 네루다 이야기로 연극과 라디오극을 만들고 저예산 영화를 찍어 15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따스함과 인간적인 유머가 넘치는 네루다를 작품 속에 담고 싶었던 스카르메타의 열정이 마침내 27개 언어로 번역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만들어냈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우편물 전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를 존경해 마지않는다. 네루다의 시집에 사인을 받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픈 마음도 가득하다. 매일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배달하고 네루다에게 팁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친해진다. 그즈음 마리오는 주점을 운영하는 과부의 딸 베아트리스에게 한눈에 반해 격정에 휩싸인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마리오가 생각해낸 것은 시였고, 세계적인 시인에게 시 쓰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네루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인 메타포를 터득한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이른다. 교제를 말리는 어머니에게 베아트리스는 마리오가 한 말을 전한다. “제 웃음이 한 떨기 장미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도 그랬고요.”
메타포로 마음을 산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와 결혼하고 장모의 구박을 받으며 주점 일을 돕는다.
프랑스에서도 이슬라 네그라를 잊지 못한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바닷가의 각종 소리를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어느새 아빠가 된 마리오는 아들의 대부인 네루다를 위해 온몸을 던져 자연의 소리와 아들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보낸다. 메타포를 확실히 이해한 마리오는 네루다를 기다리면서 많은 시를 쓰고 잡지에 응모한 뒤 발표를 기다린다.
쿠데타가 일어나자 네루다는 아픈 몸으로 돌아오고 군인들이 삼엄하게 바닷가 집을 감시한다. 어렵게 네루다를 만난 마리오는 “제발 죽지 마세요. 선생님”이라고 울부짖는다. 병원으로 향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 네루다를 위해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나와 추모의 노래를 부른다. ‘국민적 자랑이자 온 인류의 자랑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잠 못 이룬 마리오는 다음날 연행되고 만다.
중편소설 분량에 대시인과 우편배달부의 우정, 마리오의 사랑과 새 생명의 잉태, 칠레의 정치 상황과 민중의 움직임까지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네루다는 사후 20년 만에 그의 바람대로 이슬라 네그라에 묻혔고, 복원된 그의 집으로 관광객들이 밀려든다. 이탈리아에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로 만들었고, 아카데미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음악상을 받았다. 네루다 탄생 100주년, 사망 30주년 등 계속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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