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8일 17: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최근 크나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단기적인 요소뿐 아니라 보호무역주의, 코로나19, 지정학적 갈등, 저임금 국가들의 급격한 임금상승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들이 깔려 있다. 그리고 자동차업계는 이러한 공급망의 변동 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 중 하나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왔던 냉전시대가 종식되었다. 그로부터 지난 30여년 간 전 세계는 국제화 단계를 지나 하나의 단일 시장과 공급망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시장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적극적인 오프쇼어(Off-shore, 제조 기지를 본국에서 먼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를 추진해 왔고 이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구성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다시금 보호무역주의가 부각되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더라도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미중 간 무역 분쟁, 한국을 수출 허가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한일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 현상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Services Trade Restrictiveness Index)와 IMF의 세계 불확실성 지수(World Uncertainty Index)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중국은 2957개의 무역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과 독일도 각각 2647개, 1993개의 무역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자국우선주의의 확산에 일조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이런 자국 중심의 조치들은 앞으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유무역을 전제로 한 글로벌 공급망은 큰 위협에 처하게 됐다.
올해 초에는 엔데믹(Endemic)과 리오프닝(Reopening)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여전히 지역별로 발생하는 록다운(Lock-down), 그리고 여러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물류 및 생산의 지연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특히 특정 지역 의존형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및 산업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오프쇼어(Off-shore) 목적지였던 저임금 국가들이 급격한 임금 상승을 겪으면서 글로벌 원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 또한 공급망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간 근로자 임금이 연평균 30% 수준으로 상승함에 따라 저임금 제조강국에 위치한 기업들이 고임금 선진국에 있는 기업들에 비해서도 자동화에 대해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런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상대적으로 작은 내수 규모 때문에 미국, 유럽, 중국 등 외부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큰 산업이다.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시장 접근 제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및 생산 지연, 원가 상승 압박 등 모두 자동차 업계에게 부담을 주는 요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EY가 최근 진행한 공급망 설문조사(EY Advanced Manufacturing & Mobility Supply Chain Survey Q1 2022)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제조 기지를 이전했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3%에 달했다. 여기에 향후 2년 이내에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까지 합하면 총 66%의 기업들이 기지 이전 전략에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사 확대에도 적극적인데, 전체 응답자의 77%는 공급사 수를 늘렸다고 답했고 63%는 공급받는 국가를 다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지난 2년간 제조 기지 이전 여부>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기존에 주력하던 중국 시장을 넘어서 미국과 유럽 등 시장 중심으로 제조 기반을 이전시키거나, 현지에서 새로운 공급망과 생산 기지를 확충하기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국내 자동차 업계에게 최근의 대외 환경 변화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또다른 시각에서 보면 대한민국 경제와 자동차 업계는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무역 환경 변동에 대한 대응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라는 피해갈 수 없는 흐름 속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위기'보다는 '변화' 그리고 '기회'에 주목해서 현명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해본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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