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세계 주요 흰 살 생선 수출국인 러시아의 공급이 막힌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운송 비용까지 증가한 영향이다.
영국 내 피시 앤드 칩스 전문점은 모두 1만500여 곳이지만, 영국 생선튀김협회는 이 중 3분의 1이 내년 안에 폐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앤드루 크룩 영국 생선튀김협회 회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의 세계대전과 20세기 불황 속에서도 겪지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피시 앤드 칩스는 흰 살 생선의 대표격인 대구로 만든다. 어획모니터링 기관인 시피시에 따르면 영국에서 소비되는 흰 살 생선의 약 50%가 러시아산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제재가 가해지면서 생선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영국의 흰 살 생선 가격은 올 들어 두 배로 뛰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경제제재 차원에서 지난달 3월 러시아산 생선에 35% 관세를 부과하려 했으나 이 조치를 연기했다.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껴서다.
‘생선 인플레이션’은 영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맥도날드에 생선튀김을 납품하는 덴마크 에스퍼슨은 지난달 흰 살 생선으로 만든 냉동제품 가격을 최대 4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어업전문매체인 시푸드소스에 따르면 일본 3대 어묵 제조사로 꼽히는 키분푸즈, 이치마사 가마보코, 스기요 등도 올 들어 제품 가격을 8~15% 올렸다. 또 다른 흰 살 생선인 명태 어획량이 알래스카 주변에서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2020년 기준 세계 최대 수산물 수입국인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어업전문매체인 내셔널피시맨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식료품점의 어류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매달 발표하는 해산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월 358.4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재 물가를 고루 반영하는 미국 CPI 상승률(8.6%)을 압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 사이 세계 어류 가격은 평균 25% 뛰었다.
물류비용 증가도 어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양식연어 생산국이다. 반면 연어의 주 소비처는 동아시아와 미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영공을 통한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노르웨이에서 동아시아로 연어를 공급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이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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