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민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모아서 개인투자자에게 알려주는 ‘한국관’을 만들면 자금 조달이 좀 더 쉬워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은 미국 1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 2위 인디고고와 협의 중이다. 박 관장은 “인디고고는 한국관 개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킥스타터도 설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OTRA 무역관장이 미국 크라우드펀딩 업체를 공략하는 것은 한국계 스타트업의 성장과 미국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벤처캐피털(VC) 등 전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은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운영자금을 모으고 있다. 수천 개 기업이 목록에 오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게 쉽지 않다. 한국관이 개설되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게 박 관장의 예상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국 스타트업은 킥스타터 등을 통해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킥스타터는 미국 시민권자의 SSN(소셜시큐리티넘버,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개념)을 요구했는데, 스타트업으로선 충족하기 어려운 요건이었기 때문이다. 돌파구를 찾던 박 관장과 실리콘밸리무역관 직원들은 킥스타터가 일본과 유럽연합(EU) 스타트업에는 SSN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박 관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신뢰도가 일본, EU 업체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며 “킥스타터가 올해 말까지 SSN 대신 KOTRA의 인증(코드번호)을 대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지원 전도사’로 통한다. 실리콘밸리무역관은 4개의 액셀러레이팅(멘토링) 프로그램, 2개의 투자유치 지원사업(데모데이), 대형 전시회 2곳 참가 지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대상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 등 총 9건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1년에 무역관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만 230개가 넘는다.
최근엔 한국계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KIB’란 소규모 모임도 조직했다. 한국계 자본이 힘을 합쳐 움직이면 스타트업 지원과 육성에 더 큰 힘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 관장은 “KOTRA의 스타트업 지원 행사엔 KIB 모임에 속한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이들이 알고 있는 VC와 스타트업 등도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박 관장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많은 기업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에게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에 관해 물어봤다. 답은 ‘유머’였다. 박 관장은 “성공하려면 한 분야를 재밌게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며 “이런 마음가짐이 습관이 되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도 재밌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울 점으론 ‘개방적 혁신’과 ‘수평적 협업’ 문화를 꼽았다.
실리콘밸리=황정수/서기열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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