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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이 내려진 8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른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후엔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첫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윤리위원회 당대표 중징계에 따를 갈등과 내홍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행보다.
정치권에선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내 세력 다툼을 관리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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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은 정지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당헌(29조)에 따라 해석된다”고 말했다. 궐위에 따른 ‘권한대행’은 아니지만, 대표의 직무가 정지돼 원내대표가 그 직무를 대신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재심청구 조항을 꺼내들었다. 윤리위 규정에 따라 앞으로 열흘간 소명 기간을 거친 뒤에야 대표 직무가 정지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는 징계 처분을 취소·정지할 권한을 갖는다. 윤리위 규정 30조에 따르면 당대표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정지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윤리위 징계 처분권은 당대표에게 있다.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다만 직무대행 체제에선 최고위 주재 권한이 권 원내대표에게 있다. 이 때문에 최고위를 열어 징계 절차를 정지시키겠다는 이 대표의 전략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불복 의사에도 직무대행 체제가 되느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상) 그렇게 해석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징계 기간이 끝나면 복귀해 남은 임기 5개월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자진 사퇴 압박을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당 내홍이 깊어질수록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은 커질 수 있다.
남은 변수는 여론과 경찰 수사 결과다. ‘윤리위 징계가 정치적 음해’라는 프레임을 통해 2030 지지층 이탈과 계파정치 부활 논란이 부각되면 당내 여론이 흔들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 대표 측 인사인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서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무혐의가 나오면 이 대표가 조기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당헌·당규를 고쳐 임시 지도부가 아니라 2년 임기의 당대표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경우 새 대표가 차기 총선까지 관리하게 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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