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바이오센서, '2조 M&A'에도 주가 뜨뜨미지근한 까닭은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입력 2022-07-09 09:27   수정 2022-07-09 09:28

<i>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i>

7월 4~8일 주간 제약·바이오 종목 중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회사는 에스디바이오센서입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속항원 진단키트로 전 세계에서 대박을 내며 회사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40배 이상, 영업이익은 무려 910배 불어난 회사입니다.

작년 매출은 2조93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6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웬만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실적입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8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미국 체외진단 업체 머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Meridian Bioscience)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1세대로, JP모건 한국대표를 지낸 임석정 회장이 세운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5억3000만 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는 대형 인수합병(M&A) 거래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 역대 최대 규모 M&A인 터라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요.

회사는 머리디안 인수를 통해 자사 제품이 보다 수월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받을 수 있고 현지 직접판매 영업망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지만 에스디바이오센서 주가는 뜨뜨미지근했습니다. 오히려 하락했죠.

에스디바이오센서가 M&A를 공식 발표한 8일 주가는 4만3900원으로 전일 대비 0.68% 하락했습니다.

세계 최대 체외진단 기기 시장인 미국 진출의 발판이 마련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와 딴판이었습니다.

일단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만6000주(77억원)와 14만5000주(66억원)를 순매도했습니다. 투신과 사모펀드도 적지 않은 물량을 내다 팔았습니다.

개인 투자자들만 43만1000주(200억원)를 쓸어담았습니다.

피인수되는 머리디안은 어땠을까요. 머리디안도 공시가 나온 7일(현지시간) 주가는 0.83% 하락한 주당 33.2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SJ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매입하기로 한 단가(주당 34달러)보다 낮습니다.



인수 회사와 피인수 회사 모두 주식시장에서 약세를 보인 겁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시장에서 이번 M&A의 의미를 제대로 스터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회사를 M&A했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다려 온 에스디바이오센서의 M&A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현금 자산 1조3000억원을 쌓은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시장이 기대했던 M&A가 머리디안 같은 체외진단 업체 인수는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M&A로 회사가 가지지 못한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거나,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는 걸 상쇄할 수 있을 만한 M&A를 기대했는데, 이번 딜은 이런 기대와 거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머리디언은 헬리코박터균, 대장 염증균 같은 소화기 감염 진단 분야 강자죠. 북미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호흡기 감염 진단에 강점이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상호 보완이 가능해 보입니다.

문제는 머리디언 역시 코로나19로 기업가치가 상당히 급상승한 회사라는 점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억1800만 달러(약 4100억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엔 2억1400만 달러(약 2800억원)이었습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수혜를 많이 본 셈입니다.

주가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10달러대였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초에는 주당 가격이 6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를 만나서 주가가 뜀박질했죠.

현재 주가 수준은 역사상 최고점이었던 2008년 34달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연 매출 730억원(2019년)의 평범한 진단회사였던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 시국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까지 하고, 시가총액 4조5000억원의 회사가 된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M&A를 두고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에스디바이오센서 같은 회사를 하나 더 산 것에 불과하다'는 냉랭한 반응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진단업계 밸류에이션이 국내든 해외든 이미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M&A가 이뤄지다보니 인수가가 다소 높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앞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이 FDA 문턱을 넘는 데 머리디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과연 이를 위해 무려 1조원 이상의 돈을 써야하는 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현지에 구축된 유통망도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활용할 수 있긴 하지만, 소위 투자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해보입니다.

기대와 실망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머리디안 인수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얼마나 빨리 코로나19 '거품'이 꺼지는 효과를 만회할 수 있을지가 주가 흐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또 다른 종목은 SK바이오사이언스입니다.

1주일 새 주가가 44.5% 급등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난주 9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주가가 14만원으로 단숨에 뛰어올랐습니다.

지난 5일에만 25%가 뛰었고, 7일에도 14% 급등했습니다.

주가가 뛴 1차적인 배경으론 외국인 숏커버링 물량이 지목됩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사업을 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약세를 예상하고서 공매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최근 몇 차례 주가 상승 흐름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꾸로 매집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주가가 급등했던 5일 17만8000주(182억원)를 순매수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7일에도 11만주(145억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숏커버링 물량이 언제든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잠재 매물'을 늘린 꼴밖에 안 된다고 볼 수 있어서입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듯합니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런 이유로 최근 보고서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8만원에서 12만1000원으로 기존보다 33% 대폭 낮췄습니다.

'스카이코비원'의 가치를 기존 2조1700억원에서 1조251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내려 잡았습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가치도 7조7353억원에서 4조3059억원으로 대폭 내려 잡았죠.

신한금융투자는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백신 매출 고성장 가시와와 증설, 신사업 진출에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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