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작년 8월 이후 단행된 금리 인상에 대한 평가부터 전제돼야 한다. 금리 인상 기간 한국 경제가 처한 여건을 보면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크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9개월~1년으로 추정되는 통화정책 시차상 평가해볼 때도 됐다.
작년 8월 이후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올린 첫 번째 목적은 ‘외국인 자금 이탈 방지’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 규모는 73조원이 넘는다. 금리 인상 시기에도 20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외국인 이탈 자금의 성격을 놓고 ‘달러 캐리 자금 청산’이냐, ‘펀더멘털 악화’냐를 놓고 논쟁이 심하다. 정책 대응 차원에서 이는 아주 중요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이 전자라면 ‘금리 인상’을, 후자라면 경기 부양이나 무역수지를 비롯한 외화관리 등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전자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는 한국의 시장금리는 미국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됐고 기준금리조차도 올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까지 한국이 높았다. 다른 하나는 미국도 주가와 채권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어 청산된 달러 캐리 자금이 어디로 들어가느냐 하는 점이다.
오히려 펀더멘털 요인이 악화해왔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 입장에서 무역적자 폭이 커지고 외환보유액이 감소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 감소하면 신흥국이 위기를 겪을 확률은 평균 50bp(1bp=0.0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를 줄여 금융 건전성을 확보하는 목적도 따져 봐야 한다. 가계부채 대책은 위험수위에 도달하기 전에는 ‘총량규제’,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에서는 ‘질적 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작년 8월 이후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에서 총량규제에 초점을 맞춰왔던 금리 인상은 질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젊은 층과 소상공인을 거리로 내몬다” 라는 볼멘소리가 들릴 정도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목적도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인플레 원인을 대외 공급 요인이라고 진단해 놓고 총수요 대책인 금리를 올려서는 효과를 크게 볼 수 없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 6%가 그 증거다. 수입물가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차보다 펀더멘털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급 측 인플레 대책은 한은이 일부 경제지표에 얽매이는 프레임(frame)에 갇히기보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까지 감안하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중시해야 한다. 국민은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덮쳐 ‘쥐어짠다’는 뜻의 스크루플레이션을 겪고 있는데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확률이 낮다고 반박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처럼 중산층이 무너져 하위층이 그 어느 때보다 두터워진 여건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경기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상대소득가설(모딜리아니 & 듀젠베리)에 따르면 하위층의 평균소비성향(APC)과 한계소비성향(MPC)은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일지 모르지만, 국민은 물가·소득·고용 모든 면에서 안정돼야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국민이 다른 부문에서 희생을 많이 감수해야 한다면 금리 인상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한은이 실수(BOK’ failure)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 복합위기에는 복합처방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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