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의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수치다. 경제적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5월 경제고통지수는 12.2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11.4)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작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2020년 4월 일시적으로 15.0까지 치솟은 뒤 하락하던 추세였지만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경제는 41여 년만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 중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의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8.8을 기록했다. 미국처럼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치에 가까워졌다. 2008년 7월 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9.0에 달했다.
장시간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져있던 일본의 5월 경제고통지수도 5.1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 평균(2.6)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일본의 경제고통지수가 5.0을 넘어선 것은 7년 만이다.
5월 유럽연합(EU)의 경제고통지수는 14.9에 달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 11월의 14.2를 뛰어넘었다. 경제 위기에 봉착한 스리랑카는 59.20, 파키스탄은 27.23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튀르키예(터키)는 무려 89.92였다.
물가 상승을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고통지수를 상승시켰다. 올해 80여개에 달하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빚이 있는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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