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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에 무늬를 넣은 착색아연도금강판은 컬러강판의 일종으로, 건축 내·외장재와 가전제품 등에 두루 활용된다. 코로나19 이후 가전업체들의 착색아연도금강판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에선 동국제강과 포스코스틸리온, KG스틸 등이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저가 중국산을 원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올해 1~5월 착색아연도금강판 전체 수입액은 1억4118만달러(약 1837억원). 이 중 99.2%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을 원하는 수요는 널려 있다”며 “중국산 공급이 끊기면 시장의 한 축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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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원자재 중에선 △알루미늄 케이블(98.9%) △마그네슘 잉곳·스크랩(94.8%) △망간제품(93.4%) △2차전지 소재·제품(91.6%) △철구조물(91.3%) △아연도금강판(90.5%)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의존도는 지난해에 비해 별 차이가 없었다. 2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국내 5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원자재 중 상당수가 중국산이라는 뜻이다.
반면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가 수출을 중단하면서 요소수 파동을 초래했던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작년 66.6%에서 올해 23.6%로 대폭 하락했다. 카타르(28.8%), 인도네시아(12.5%), 베트남(12.4%)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원자재와 1차 가공 소재를 들여와 국내에서 완제품을 제조하는 현 공급망 구조상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가 워낙 다양한 데다 거리가 가까워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년 말 요소수 파동처럼 중국에서 소재 및 원자재 공급이 중단될 때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한국 경제는 중국 등에서 저렴하게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통해 성장해왔다”며 “요소수 파동처럼 공급망 리스크가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지난달 28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등의 문제로 국내에선 더 이상 대량 생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보온용기 제품 수출액은 수입액의 2.2%에 불과하다. 위생용기(2.8%), 우산·양산(1.1%), 책상(5.2%)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요소수처럼 단기간에 생산시설을 증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산 범용제품 수입이 끊기면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아 ‘생활필수품 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와 부품은 대부분 원가 부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을 기피하는 것들”이라며 “중국산에 의존하면서 중국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해 말 요소수 파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주요 핵심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높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중국 업체들의 잇단 ‘갑질’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지역 내 대체 국가를 발굴해 공급망 거점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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