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23%밖에 모르는 해저 지형

입력 2022-07-11 17:21   수정 2022-07-12 00:06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1869)에 나오는 ‘해저 괴물’은 상상 속의 잠수함이었다. 이 잠수함이 누빈 바닷속 여정은 8만㎞, 지구 둘레의 두 배에 달했다. 이 덕분에 해저산맥 등 보이지 않는 심해 지형과 잠수함 관련 연구가 활발해졌다. 1870년대부터는 해저 케이블 설치를 위한 심해탐사가 잇달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심 측정에 밧줄을 매단 추를 이용했다. 20세기 들어서야 음파 탐지기와 레이저·인공위성 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가 괌 주변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이라는 걸 밝혀냈다. 이곳 수심(1만920±10m)은 10㎞가 넘는다. 에베레스트(8848m)와 한라산(1950m)을 합쳐도 모자랄 정도다. 수압은 지상의 1000배나 된다.

그만큼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어서 1만m 이상의 유인 잠수 기록이 1960년 트리에스테호(1만916m), 2012년 딥시챌린저호(1만898m)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유인 잠수정으로 6000m 이상 심해를 탐험한 국가는 아직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5개국뿐이다. 과학자들도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해저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지 못한다.

최근 열린 유엔해양회의가 “전 세계 해저 지형의 정밀 지도를 23% 정도 그렸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77%는 2030년쯤 돼야 완성될 예정이다. 바닷속 지도가 완성되면 해저 통신케이블과 송유관 등을 깔기 쉬워진다. 선박 안전은 물론이고 어족자원 관리, 생물 다양성 연구, 지진·기후변화 예측에도 유리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군사안보와 기술주권 분야다. 막강한 산업 파급력에 자원 무기화까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은 언제든 심해 지형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심해탐사엔 유압, 센서, 배터리, 재료, 로봇, 인공지능, 신경공학, 통신기술이 총동원되기에 우주 경쟁만큼 중요하다”며 “심해 광물 또한 무궁무진한 생명유전의 자원”이라고 말한다.

미개발 지역의 심해 광물은 먼저 접근하는 자에게 우선권이 부여된다.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등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귀금속들이 우리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젠 심해 탐사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때가 됐다. 《해저 2만 리》에 가슴 뛰던 과학 인재들의 꿈도 드넓게 펼쳐지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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