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청문회 패싱'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권 BTS' 탄생할까

입력 2022-07-11 10:30   수정 2022-07-11 14:25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금융위원장이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위기 속에서도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에 대한 직권 임명을 결정했다. 지명된 지 두 달만에 임명된 김 위원장은 '민생안정'과 '금융혁신'이라는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전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금 같은 경제상황 속에서 민생경제를 위해 챙겨야할 현안이 많아 더이상 자리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배경을 밝혔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지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까지 국회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연이은 장관 직권 임명과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다시 정치적 부담을 감내한 배경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대내외 금융불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6%대에 달하는 높은 물가상승, 치솟는 환율 및 금리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가 '트리플 악재'에 직면하면서 금융당국 수장의 부재를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월 17일 임명된 김소영 부위원장 대행 체제로 두 달여간 운영됐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부담을 안고 임명한 초대 금융위원장인 만큼 금융불안을 잠재우고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금융규제 완화에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되는 네 번째 사례다.

김 위원장은 금융혁신을 위한 첫 번째 카드로 금산분리 완화를 꺼내들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위원장 지명 직후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에 대해 일정한 한도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산업구조의 변화나 기술변화를 보면 과거 금산분리의 기본적인 적용이 맞는 것인지 검토할 시점이 됐다"며 "BTS가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을 높이듯 국내 금융업에서도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제 개인적 희망"이라고 말했다.

은행, 증권사, 2금융권 최고금융자(CEO)들을 연이어 만나며 경고장을 날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어떤 호흡을 낼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앞서 이 원장은 김 위원장과 비공식적으로 만난 바 있음을 밝히며, "금융위와 금감원 간 소통 채널을 통해 여러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하는 즉시 긴밀하게 소통해 협업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달만에 수장을 맞이하는 금융위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변의 목소리를 많이 귀담는 분이고 갈등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며 "경제금융 환경이 불안정하고 이에따른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큰 만큼 취임 즉시 현안을 챙기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5회로 재무부에 입성한 김 위원장은 금융위에서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시 동기다. 다만 김 위원장을 둘러싸고 이해충돌 문제가 빚어지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원장 후보자 임명 직전 여신전문금융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업권 간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율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 사건에 연루됐던 자산운용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점도 꼬리표로 달려있다. 한강에셋자산운용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유재수 전 부시장 뇌물 수수 비리에 연루됐던 회사다. 김 후보자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 퇴임 직후인 2018년 6월 1일부터 약 3개월 간 한강에셋자산운용에서 비상근 감사로 근무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을 포함해 9년여 간 금융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총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융위는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취업할 당시에는 회사 관련 이슈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해당 회사에서 비상근 감사의 역할이 본인의 적성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돼 조기 퇴임했다"고 해명했지만 취업비리, 횡령 등 금융사 임직원들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력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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