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6일 AI 반도체 전문 팹리스(설계전문 업체) 회사인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협력도 강화한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돼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벤처스와 신한캐피탈 등도 과거 10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자한 바 있다.
KT가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엔 국내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 ‘모레’에 투자했다. KT는 리벨리온, 모레와 함께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 대용량 언어모델 협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KT그룹의 AI 인프라·응용 서비스와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을 융합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 개가 들어가는 ‘GPU팜’을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GPU팜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한다.
KT는 우선 AI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KT의 모빌리티, 금융 디지털전환(DX)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국내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판로도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과 AI 스타트업, 대학 등에 저렴하고 성능 높은 AI 인프라를 제공해 국가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피온의 주력 사업은 AI 반도체 설계다. 사피온은 2020년 AI 반도체 X220을 출시했다. 내년 상반기 차세대 제품인 ‘X330’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지난 4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성능과 활용도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피온은 데이터 학습보다는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AI의 추론은 학습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용 반도체는 오프라인으로 학습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가 (돌발상황 같은) 문제가 들어오면 답을 내는 추론이 중요하다”며 “사피온 칩은 추론에 최적화돼 있어 문제를 풀 때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사피온의 강점 중 하나로 ‘SK그룹 소속’이란 점이 꼽힌다. 계열사가 테스트 시장 역할을 할 수 있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사피온은 SK 계열사들이 제품을 써보도록 해 성능에 대한 검증 자료를 확보한 뒤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다”며 “동시에 외부 고객사도 적극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피온은 NHN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AI칩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에선 미디어그룹 싱클레어와 동영상의 해상도나 초당 프레임(화면) 수를 높이는 업스케일링(upscaling) 사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고급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최근 김태진 부사장을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영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2018년엔 엠텍비젼 미국법인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바일멀티미디어플랫폼(MMP) 등을 공급한 경험도 있다. 직전 직장은 정보기술(IT) 인프라 기업인 슈퍼마이크로다. 사피온의 김 부사장 영입은 AI 반도체 제품의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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