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1.30637057.1.jpg)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의 올해 월별 도시락 매출신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증세다. 1월 8.6%, 2월 9.1%, 3월 17.8%, 4월 20.8%, 5월 24.1%, 6월 36.1%에서 이달(1~12일)은 무려 51.6%에 달했다.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이라며 금융 당국이 기준 금리를 대폭 올리는 등 달이 바뀔 때마다 물가 상승률 통계가 걷잡을 수 없이 우상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의점 도시락 판매와 물가는 분명 정(正)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1.30637052.1.jpg)
게다가 원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하려면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수다. 재료 보관에서부터 조리 및 편의점 운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냉장 설비를 갖춰놔야 언제 먹어도 안전한 도시락이 가능하다. BGF리테일은 2020년부터 총 3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진천에 위치한 중앙물류센터(CDC) 내에 간편식품 R&D 센터 역할을 하는 센트럴키친(CK)을 운영하고 있다. 센트럴키친은 도시락 등 간편식품에 사용되는 음식 재료의 전처리나 반조리 공정에서부터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중앙 집중식 조리시설이다.
요즘 국내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간편식의 매출이 급증하자 저마다 고급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고급 민물 장어 요리 등 도시락의 영역을 미식의 세계로 넓히는 중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MD본부 내에 식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팀장 포함 12명으로 구성된 연구소는 도시락, 주먹밥, 샌드위치 등 GS25의 핵심 차별화 상품인 프레시푸드(fresh food)에 관한 연구를 맡고 있다. 수많은 유명 미슐랭 쉐프를 배출한 세계 3대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e of America)를 졸업한 직원을 연구원으로 채용할 정도로 도시락 개발에 진심이다.
편의점 운영사들이 꿈꾸는 궁극의 도시락은 ‘엄마 밥상을 온기 그대로’다. 특히 한국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밥과 국을 어떻게 하면 가정식처럼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GS25의 식품연구소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도 쌀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가 프레시푸드에 사용하는 쌀은 완전립 비율이 95% 이상인 고품질 쌀”이라며 “완전립 비율이 높을수록 조리과정에서 쌀 표면이 잘 깨지지 않고 밥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세미(쌀을 씻는 과정)와 밥이 지어진 후 18℃로 급속 냉각, 교반(공기와 함께 섞는 과정)하는 과정에서도 쌀이 최대한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편의점 업계가 개발한 주요 테크놀로지다.
다만, 편의점의 이 같은 도시락 고급화 전략은 한 가지 중요한 모순을 안고 있다. 10여 년 전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락이 비싸질수록 사람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마치 심해에서 물이 새지 않는 방수 시계를 만드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12년 전 일본에서 흥미로운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2010년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최근 1년간 30% 넘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편의점 도시락이 비싸다고 느끼는 손님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조사 보고서를 인용했는데 이에 따르면 “점심 식사에 쓰는 돈은 500엔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전체의 64.5%로서 1년 전의 55.3%보다 증가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닛케이의 ‘도시락 보도’는 일본식 장기침체의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편의점 도시락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벼워졌음을 상징한다. 요즘 한국에서 편의점 도시락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건 우리 경제가 이제 겨우 불황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CU 등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대는 4000원대 중후반이다. 5000원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결정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대략 일본의 10여 년 전과 비슷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