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에게 기회를

입력 2022-07-13 17:10   수정 2022-07-14 00:05

국제기능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기능올림픽조직위원회(WSI)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10월 12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총 72개국 63개 직종 161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규모로 열릴 예정이던 제46회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중국의 사정으로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이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72년 역사상 대회 개최를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취소된 초유의 사태다. 이 대회는 당초 2021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1년간 연기했다가 이번에 최종 취소됐다.

90여 개 국제기능올림픽 회원국은 자국 국가대표 선수를 위해 국가별 분산 개최 등과 같은 대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나, 5년여간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대표 선수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항공정비, 모바일로보틱스 등 46개 직종에 51명의 국가대표선수를 선발해 훈련 중이었는데 중국 측의 사정으로 대회가 갑자기 취소됐다는 소식에 매우 당황하고 있다.

한국은 1967년부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했고 2019년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제45회 대회까지 총 30회에 걸쳐 997명의 선수를 출전시켜 19회 종합 우승한,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능올림픽 강국으로 우수한 기술 역량을 발휘해 왔다.

이 같은 성과로 베트남, 코스타리카, 나미비아 등 많은 국가가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능올림픽 기술을 연수받아 가고 있으며, 올해 5월에도 6개국에서 78명의 선수가 입국해 국내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17개 시·도별로 매년 지방기능경기대회를 열고 있으나,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숙련기술 분야 관심 저조 등으로 참가 선수가 2012년 8825명에서 2022년 4987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숙련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학생 모집 인원도 매년 미달해 2022학년도 서울 특성화고 68개교는 정원의 78.4% 정도만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비해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국내 조선 및 반도체 산업 등에서는 우수한 숙련기술자를 구하지 못해 납품 기한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숙련기술 인력 양성이 부족한 형편이다.

취소된 제46회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그동안 묵묵히 훈련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방기능경기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 대표선수 선발경기를 거쳐 선발된 최고의 숙련기술자다.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숙련기술인이자, 소리 없이 훈련해온 작은 영웅들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최근 WSI 홈페이지에 따르면 분산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7월 중 중국 대회 취소에 따른 대체지를 발표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기능올림픽위원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가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WSI와 협력해 중국에서 취소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한국에서 일부 직종이라도 분산 개최해 우리 작은 영웅들이 그동안 쌓아온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간곡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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