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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옥수수는 매우 단 옥수수라는 뜻이다. 지금은 시중에서 많이 팔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작물이었다. 이를 토착화시킨 주인공은 당시 20대 예비 창업인이었던 김재훈 식탁이있는삶(퍼밀) 대표(38·사진)다. 2011년 초당옥수수를 처음 접한 뒤 종자를 들여와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했다.
초당옥수수 외에도 다양한 품종 교배와 재배법 개발을 통해 ‘스낵 토마토’ ‘동굴 속 호박 고구마’ 등 독특한 이름의 농산물을 내놓으면서 애그리테크(농업+기술)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퍼밀은 초당옥수수를 비롯해 ‘스페셜티 푸드’라는 이름을 붙인 40여 가지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스페셜티 푸드는 △동굴에서 숙성시킨 ‘동굴 속 호박 고구마’ △전통 재배법을 살린 ‘3년 주아재배(마늘 꽃대에서 채취한 씨마늘을 종자로 재배하는 것) 의성한지형 토종마늘’ △스낵을 먹는 듯 바삭하고 달콤한 ‘스낵 토마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초당옥수수를 이을 히트 상품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전통 쌀을 일본 품종과 교잡해 더욱 찰지고 윤기 나는 쌀을 개발하고 있다”며 “초당옥수수처럼 단맛이 나는 ‘더단감자’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파인애플 맛 나는 딸기’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최근 새로운 사업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11~12월께 첫 오프라인 상점인 ‘플래그숍’을 열려고 한다”며 “서울 도심에 생활 밀착형 상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에 내년까지 12개 정도의 플래그숍을 열겠다는 목표다.
플래그숍은 근거리 배송 네트워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직접 판매도 하고, 온라인몰과 연계된 물류창고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선식품업체 오아시스마켓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재고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크랩 한 마리를 수입해 올 때 10달러를 줘야 한다면 케냐 크랩은 1~2달러면 수입할 수 있었어요. 가격 경쟁력이 월등했죠. 그런데 배가 나포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국 3~4개월 뒤 배는 풀려났지만 모든 게 망가져 있었죠. 보험도 들지 못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사업을 접었습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농산물 유통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퍼밀은 최근 2년간 연평균 매출 100억원가량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초당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다.
김 대표는 “옥수수라는 단일 품목으로 연 40억~50억 정도 매출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퍼밀은 하이트진로 등으로부터 누적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4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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