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고 형량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부처별로 소관 법률사항을 전수조사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기업계, 민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경제 형벌규정을 파악했다. TF는 기업활동의 불안·애로를 늘린 법안으로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ILO 관련법 등을 예로 들었다.
TF는 형벌규정 개선의 큰 방향을 ‘비범죄화’와 ‘형량 합리화’로 잡았다. 비범죄화는 국민의 생명·안전, 범죄와 관련 없는 단순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에 대한 형벌은 삭제하거나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징역형, 벌금형 등 형벌 조항을 삭제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TF는 서류 작성·비치 의무를 위반한 행위, 폭행 등 불법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단순히 행정조사를 거부한 행위 등에 대한 형벌 규정이 비범죄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형벌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보충성(행정제재 먼저, 형벌은 최후수단)과 비례성(위법행위와 처벌 간 균형) 원칙에 따라 형량을 완화하거나 차별화하는 형량 합리화도 추진한다. TF는 예비·음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해 처벌하고, 기업활동과 관련해 사망이나 상해가 있으면 상해는 감형하는 등 형벌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무관한 경우 범죄 경중에 따라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것도 예시로 들었다.
전경련이 작년 11월 16개 부처 소관 경제법률 301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 항목이 6568개에 달했다. 이 중 6044개(92.0%)는 법 위반자와 기업을 동시에 처벌할 수 있는 규정으로 징역, 과태료, 과징금 등 여러 처벌·제재 수단을 중복으로 부과할 수 있는 항목도 2376개(36.2%)에 달했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부처별 개선안을 마련한 뒤 TF 실무회의를 거쳐 연중 순차적으로 개선안을 상정해 확정할 계획이다. 개선안이 마련된 형벌규정은 관련 법 개정작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전 정부 역점 법안인 공정경제3법,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과반인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작아 계획한 만큼 형벌규정을 줄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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