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하고 “2019년 11월 7일 오후 3시 판문점에 도착한 탈북 어민 2명이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며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입장 발표 배경에 대해 “참혹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분이 많을 것”이라며 “그에 대한 포괄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지난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는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라며 “전 정부를 겨냥하거나 보복하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 어민들의 살인 혐의와 관련해선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보다 대한민국으로 넘어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밟아야 할 정당한 절차가 있는데, 그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라고 했다. 통일부는 전날 ‘탈북 어민 북송’ 당시의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국민의 안보를 인질로 여론몰이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탈북 어민들은) 16명을 살해하고 넘어온 사람”이라며 “우리 관련 법령에도 명백한 흉악범이 내려오면 귀순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인도한 것인데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건 과도하다”며 “16명을 죽인 건 인도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주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의 정확한 경과를 말씀드리겠다. 2019년 8월 북한 어선에서 선원 3명이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상에서 선장과 선원 등 16명을 무차별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월 30일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북한에서 16명을 죽인 흉악범이 동해에서 도주하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며 “이 어선이 10월 31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고 결국 11월 2일 우리 해군이 특전요원을 선박에 투입해 이들을 생포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스스로 월남한 것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마치 사정기관이 된 양 3년 전 일을 꺼내 없던 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더는 안보와 군, 정보기관 등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좌동욱/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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