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초부터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대로 떨어진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PER은 기업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다. 1~2년 영업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해당 회사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29개 중 PER이 3배 미만(작년 2분기~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인 종목은 지난 12일 기준 30개에 달했다. 지난해 부동산 매각으로 이익이 급증한 이마트를 제외한 수치다.
풍산홀딩스, HMM, 성안, 동원금속 등 네 곳은 PER이 1배대였다. 동국제강, DL, E1, 다올투자증권 등은 2배를 약간 넘었다. PER이 3~5배를 나타낸 종목도 현대제철, OCI, 한국가스공사 등 77개에 달했다.
작년 3월 12배를 넘었던 유가증권시장 전체 PER은 10배 초반으로 떨어졌다. 1년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는 12개월 선행 PER은 8.2배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미·중 무역분쟁이 극에 달한 2018년 수준(PER 8배)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떨어진 것이다.
저PER 종목이 속출하는 이유는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일부 종목은 내년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데도 PER이 1~2배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이 상장사의 주가와 실적이 더 낮아지거나 악화할 것으로 보면서 낮은 가격대에서도 매수세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6조3473억원, 6조521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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