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허수’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나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올린 30개 수신상품 중 인상폭이 0.9%포인트에 달한 상품은 ‘행복 knowhow 연금예금’ 단 한 개뿐이다. 25개 상품의 이자율은 기준금리 인상분만큼인 0.5%포인트만 올랐다. 우리은행도 비슷하다. 수신금리가 바뀐 46개 상품 가운데 ‘우리 으쓱(ESG) 적금’만 최대치(0.8%포인트)만큼 금리가 뛰었다. 32개 상품의 금리 상승분은 0.2~0.4%포인트로 기준금리 인상분을 밑돌았다.
판매가 중단돼 신규 가입이 불가능한 상품이 금리 인상 목록에 포함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아이행복적금’, 하나은행의 ‘하나 더 예금’, 우리은행의 ‘우리V자유적금’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고객이 재예치할 경우 높아진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많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 실적을 부풀린 면이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에서 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0.7%포인트 인상) 상품 중 하나인 ‘아름다운 용기 예금’은 3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정기예금이다. 정기예금은 보통 예치금액 상한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도가 정해진 예금상품 금리를 대폭 올린 것이다.
금리가 크게 뛴 상품 중에는 가입 대상자가 한정된 상품도 적지 않다. 금리가 0.7%포인트 오른 우리은행 ‘첫급여 우리적금’은 만 18~35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를 연 1.9%에서 연 2.6%로 인상한 신한은행 ‘신한 MY 주니어 적금’도 만 18세 이하를 위한 상품이다. 은행들이 이자 지급 부담이 덜한 상품 위주로 금리를 대폭 높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15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코픽스에는 예·적금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코픽스가 오르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도 인상돼 이자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