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입주 관리는 '주먹구구'

입력 2022-07-14 17:24   수정 2022-07-22 18:51

프리랜서로 일하는 20대 A씨는 8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 5월 서울 관악구 S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했다. 빌트인 가전으로 제공된 세탁기와 무선 공유기가 작동하지 않아 입주자 관리사무소에 문의했다.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직접 제조사에 연락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속속 공급되고 있지만 운영과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청년 주거비 절감이라는 장점이 반감하는 셈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20대 청년 사이에서 ‘주거 로또’로 불린다.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이 가까운 데다 임대료가 저렴해 주거비를 대폭 아낄 수 있어서다. 역세권 청년주택 중 공공임대 유형의 임대료는 시세의 30%, 민간임대 중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임대료는 시세의 각각 85%, 95% 수준으로 책정된다. 관악구 S역세권 청년주택 전용면적 15㎡는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가 29만원이다. 보증금이 1억원 이하면 최대 50%까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 인근 신축 전용 14㎡ 오피스텔 임대료(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

살림 마련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운영 및 건립기준’ 제3장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냉장고(150L 이상), 세탁기(9㎏ 이상), 에어컨,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입주자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미숙한 행정 처리로 예비 입주자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강동구 C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사이트 관리가 미흡해 미당첨자에게도 당첨 사실을 공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남구 L역세권 청년주택은 당초 홈페이지를 통해 당첨자를 공지하기로 했지만, 발표 당일 개별 연락을 취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또 계약 전 집을 실제로 보지 못하게 해 당첨자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기다렸던 사람에겐 큰 좌절이다’ ‘입주 관리도 이렇게 할까 불안해 못 들어가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입주 후에도 관리 매뉴얼이 미흡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임대주택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해 ‘입주 전부터 냉장고 문이 안 닫히는데 하자센터에서는 처리가 어렵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터진 지 9개월째인데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건물 관리인이 서로 책임을 미룬다’란 글이 올라와 있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일반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입주 관련 직원이 상주해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담당자 착오로 잘못 안내됐다”고 해명했다.

민간 위탁업체의 부실 운영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복지 사업이라는 취지에 맞게 제대로 된 운영 매뉴얼을 만들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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