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는 미국에 닮은꼴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현실성을 얻는다. 어쩌면 한국에도 이런 변호사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실의 우영우 탄생은 요원해 보인다. 로스쿨 입학부터 첩첩산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장애 학생 수는 6명(0.28%)이다. 2021년 전체 입학 정원은 2000명이다.
각 법학전문대학원은 정원 7%를 특별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 그나마 대다수가 ‘경제적 배려 대상’으로 채워져 장애 학생이 기회를 얻기 어렵다. 학교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경쟁을 하다 보니 장애 학생 기피 현상이 심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법전원에 입학한 장애인은 총 135명(0.65%)이었다. 이랬던 게 지난 3년간(2019~2021년) 총 21명(0.32%)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전까지 입학은 제일 낮은 장벽으로 꼽혔다. 법전원을 졸업했거나 다니는 장애 학생들은 “입학 이후 공부와 변호사시험이 더 큰 장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재나 시험 편의 등에서 더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다.
변호사시험 통과는 더 지난한 문제다. 긴 글을 써내야 하는 답안지 작성 시간이 이들에겐 너무 짧다. 5일간 아침부터 밤까지 시험을 봐야 하는 일정 탓에 불편한 몸 컨디션이 망가지는 어려움도 겪는다. 많은 장애 법조인이 드라마처럼 장애 학생의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이나 변호사시험 고득점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국 내 자폐 변호사의 존재는 알려진 적이 없다. 시각장애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왕 변호사(변시 1회)는 “한국에는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 변호사도 없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통계도 없다. 2015년 법무부 보도자료에서 변시 1~4회를 통과한 장애인 등 신체적 배려자가 총 10명이라는 내용이 실린 게 전부다. “드라마잖아”라며 넘길 수는 있다. 실제의 우영우를 기대하는 것도 드라마 같은 ‘환상’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경우다.
법전원 제도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학생을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신체의 불편함 정도와 재산의 유무 등을 따진 사회적 배려가 입학에 감안된 것도 그래서다. 드라마는 불편한 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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