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한 경위를 찾아보면 대부분 누군가의 권유나 부탁으로 보험에 들곤 합니다. 스스로 보험을 찾아서 가입하는 사례는 매우 적습니다. 보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본능과 보험의 특성에 있습니다. 인간은 통상 자신에게 좋은 일만 생길 거라고 믿는 편입니다. 그런데 보험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에 대비하는 도구입니다. 보험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용도에 따라 종류도 많은데다 내용이 복잡하고 말도 어려워 가입을 결정할 상품을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인간의 헛된 믿음도 바로 잡아주면서 나를 위해 보험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중개인의 존재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비대면 보험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정교해진다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험설계사는 대한민국을 보험 대국으로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어떻게 일을 했느냐가 개인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비록 사회적으로 역할이나 성과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설계사들은 나중에 고객들이 자신들에게 고마워하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일합니다.
보험소비자로서 설계사에게서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선택하면 될지 생각해 봅시다. 먼저 보험설계사는 개인이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돈을 벌게 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결국 개인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보험 가입 설계를 잘해서 돈을 효율적으로 불려주거나 사고, 질병으로 인해 나가는 돈을 최소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발생 확률은 낮아도 손실이 치명적인 위험에 대비하는 조치는 개인의 삶의 큰 영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재산을 대물림하거나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또한 보험설계사는 전문가로서 나에게 꼭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전문 분야 관련 정보를 제공해 개인이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보험은 물론 금융, 경제, 세무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설계사는 단순한 보험회사의 대리인이 아니라 개인과 함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보험 보장이 왜, 얼마나 필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식 못지않게 설계사가 갖추고 있어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은 인내심과 신뢰를 주는 진실성입니다. 설계사는 보험의 효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해야 하고, 재정적으로 부담되는 일을 권유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설계사는 인내하면서 다른 인간의 오묘한 생각과 행동을 품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과 설계사의 협력 관계는 보험 가입 이후에도 유지되어야 합니다. 보험 계약의 내용은 그대로이지만, 세월 흐름에 따라 재산 축적 방법과 돈 새는 구멍은 계속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반드시 자신이 추천하는 보험에 가입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설계사는 자격 미달입니다. 상품을 추천할 때 제일 싸고 좋다던가 혹은 자신의 모집 수수료와 연계시키는 말은 곱씹어보아야 합니다. 싸고 좋은 보험 또는 개인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설계사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단, 효율적으로 보험 설계하려면 가입자도 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험에 가입하는 본인의 의도나 희망 사항을 분명히 표현해야 합니다.
종종 설계사의 수수료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있기도 합니다. 내가 내는 보험료 중 설계사 수수료는 어느 정도일지, 혹시 수수료가 많이 적용되는 상품이라서 설계사가 강력히 추천한 것은 아닐지 의구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입자는 설계사에 지급되는 수수료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수수료로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금액은 보험 계약 한 건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고려돼 복잡하게 계산됩니다. 개별 수수료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가입자는 단지 최고의 효용을 얻도록 설계사가 보험 가입을 도와주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판단하면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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