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7주 연속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노원·도봉구의 하락세가 특히 가파르다. 상대적으로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은 노원·도봉은 지난해까지 2030의 ‘영끌’ 매수세가 몰렸던 곳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의 파고가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한층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끌’ 노원·도봉 3년여 만에 최대 낙폭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주(11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노원구와 도봉구가 각각 -0.10% 떨어지며 서울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강북구가 -0.09% 하락하며 그 뒤를 이었다. 노원구는 2019년 3월 말(-0.11%) 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도봉구 역시 같은 해 2월 말(0.10%) 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지난해까지만 해도 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2030 매수세가 급등하면서 노·도·강 일대 집값은 크게 뛰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노원구는 11.43%, 도봉구는 7.88% 상승하며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7.13%)을 크게 앞질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노원·도봉·강북구는 대출이 가능한 액수의 소형 아파트가 많아 진입장벽이 낮은 곳이었다”며 “현금 여력이 크지 않은 투자자 수요도 몰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로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올 들어 서울의 누적 하락률이 -0.26%를 기록하는 동안 노원구는 -0.76%, 강북구는 -0.68%, 도봉구는 -0.65% 떨어졌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세 배가량 큰 낙폭이다.
이들 지역의 매수 심리도 얼어붙었다. 이번주 노도강이 속한 동북권 매매수급지수는 81.4로, 서울 평균 86.4를 밑돌았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많다는 의미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W공인 대표는 “작년까지는 실수요자 반, 투자자가 반이었지만 올해는 ‘거래절벽’인 데다 그나마 있는 거래는 월세뿐”이라며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서 5000만원씩 내린 급매물도 쳐다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집값 하락에 재건축 기대감도 ‘시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재건축 기대 아파트의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7단지’ 전용 79㎡는 지난달 1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3월 같은 평형이 최고가인 12억40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2억4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중계동, 월계동 등 노원구 주요 재건축 단지의 하락폭도 가파르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지난해 2월 최고가인 14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억7000만원 하락한 12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도봉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 3단지’ 전용 66㎡는 지난 5월 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8억95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반 년 만에 1억7500만원 떨어진 액수다.
전문가들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 특성상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서울 외곽에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쏟아졌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아 매물이 많이 적체된 상황”이라며 “오는 8월 발표되는 재건축 완화 관련 정책에 따라 분위기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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