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전날까지 상장사 19곳이 무상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무상증자를 한 상장사가 11곳이었다. 이달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9곳이 무상증자에 나섰고, 지난 13일 하루에만 상장사 3곳이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무상증자란 회사에 쌓인 유보금(자본잉여금)으로 주식을 찍어서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 새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자본잉여금을 자본(주식)으로 옮기는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가가 싸 보이는 효과가 있어 무상증자 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래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기에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노터스의 경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 달 반 만에 주가가 열 배 넘게 뛰었지만, 이후 다시 급락하며 현재 주가는 무상증자 기준가(773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추종 매매한 많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임원 등 내부자들은 무상증자로 인한 주가 급등을 기회 삼아 잇달아 주식을 처분하며 차익을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무상증자를 발표한 케이옥션은 4명의 임원이 보유 주식을 일부 처분했다. 지난 4월 무상증자를 한 와이엠텍 역시 상무이사가 권리락일에 주식을 일부 매각했다.
최근엔 VC들의 엑시트(투자한 회사의 지분 매도)가 부쩍 늘었다. 시장에선 무상증자가 VC들의 엑시트에 활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 13곳 중 4곳에서 VC 매도 물량이 나왔다. 아주IB투자는 모아데이타가 무상증자를 발표한 5일 잔여 지분 전량(27만6555주)을 매도했다. SBI인베스트먼트 역시 실리콘투가 무상증자를 발표한 당일 20만 주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로 인한 급등락으로 피해를 보는 건 개인투자자라며 투자에 당부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무상증자로 주가가 급등하면 개인들이 추종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가가 급락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관련뉴스